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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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연예계에서 가장 예쁜 커플을 뽑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부를 꼽지 않을까. 이보영-지성 부부를 말이다. <해피투게더>에서 김수미 변정수 등이 출연했을 때 이보영-지성 부부의 아기를 위한 베이비 샤워를 해주기 위해 모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왔고, <삼시세끼>에 게스트로 나온 지성의 꿀 떨어지는 애정에 대한 부분도 전파를 탔고, 이 프로그램 이후 예쁜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도 TV를 통해 알게 됐다. (어쩌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마다 이 부부와 관련된 이들이 나온 것 뿐이다만 뭐 어찌됐든) 그 와중에 이보영의 책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신간 소개 코너를 통해서였는데, 왜인지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결국 읽어봤다.


사실, 그녀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는 것도 책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번에 그녀가 쓴 책을 읽으면서 출판사 홍보물을 통해 알았다. 배우가 연기를 함에 있어 연기만 잘하면 되지 그 밖의 학벌이나 출신학과가 무에 그리 대수겠는가.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된다'는 내 평소의 생각대로 이보영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연기를 잘하는 배우', '자신에게 잘 맞는 작품을 고를 줄 아는 작품눈이 좋은 배우'라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보면서 알았다. 그녀는 그냥 글을 좋아만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서점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서가 아래 쪼그려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다시 소녀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오래전부터 한 권 한 권 모은 책들이 어느덧 내 책장에 빽빽이 꽂혀 있다. 책장 앞에 서면 부자가 된 것 같다. (27쪽)

더군다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중에 나쁜 사람은 없을거라 확신하고 싶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느낄 수 있는 이런 마음을 '배우 이보영'에게서 발견하다니 신기한 느낌이 들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 또한 생각이 많은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스타'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 아래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말이다. 가끔씩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들이 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는데 (내가 찾아 읽은거긴 하지만 말이다) 그럴때면 그들에게 느끼는 것은 늘 '같은 사람'이라는 새삼스러운 인식이다. '스타'라는 것은 하늘의 별만큼 다가가기 힘든 존재, 혹은 선택받은 존재라 생각하기 십상이니까. 이 책 『사랑의 시간들』은 인간 이보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녀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내려간 책이라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느낀 그녀의 실제 사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이고 사적인 이야기이라기 보다는 포괄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책은 그 사람에게 다가갈때 상황에 맞게 다가간다. 자신이 그 책을 읽을 때 어떤 상황이었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책이 재미있는 건 그런 이유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는 이보영의 글에는 그 책을 읽을 때의 자신의 상황을 서술해 놓음으로써 이런식으로 읽게 됐다는 친절한 설명이 늘 있다. 읽기 편한 건 차치하고 꽤 영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 책들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시각도 흥미로운 시각이었다.

연기를 하게 되어 인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책으로 간접경험을 하고 직접 연기를 하면서 다채로운 감정들을 나에게 투영해 본다. 언제부터인가 연기를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 애정이 깃들고 따뜻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긋던 일들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좀 더 너그럽고 어른스러워지는 내 자신을 본다. 연기를 통해 사람을, 그리고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149쪽)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배역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는 배우 이보영의 모습도 꽤 새로웠다.

드라마의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줄곧 '홀로서기'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내 힘으로 홀로 선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을 찾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을 찾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중략) 서영이를 연기하면서,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대하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91쪽)


​배우 이보영의 '생각'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 책이다. 그녀가 보여줬던 이미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다 꽤나 잘 어울려서 새롭게 그녀에 대해 얻게 되는 이미지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그녀의 생각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그녀가 추천한 책들 모두 너무 작품적으로 치우친 작품들만 소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녀가 만든 리스트를 따라 책과 좀 친해져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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