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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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그건 백날 입으로 이야기해 줘봤자 직접 겪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쉽게도 없고(ㅠ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해 봤자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자주 찾아보는데, 세상엔 길냥이들에 대한 책들도 많고 고양이들에 대한 책들도 많다. 그 중에 좋아하는 책은 이용한 작가의 책인데, 그의 책에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슬프지 않다. 아니 슬픈게 뭔가. 하나같이 '똥꼬발랄!'하게 등장한다. 난 그것이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은 참 따뜻하다. 그래서 더더욱 그가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고양이들은 함께 지켜보고 싶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이용한 작가의 신간이어서 눈이 갔다. 또 어떤 고양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려나.


이 책을 간단하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용한 작가 부부의 아들과 아기고양이들의 육아일기 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갑작스럽게 구조된 아기 고양이들과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들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세상에 많은 고양이들이 존재하고 있을 테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고양이들 (앵두, 오디, 살구 1세대부터 노랑이들, 삼순이, 또 누구더라. 고양이가 16마리나 등장해서 이름 외우는 것도 만만찮다)은 참 행복한 고양이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에서 로드킬 당해죽는 고양이들은 통계도 나오지 않으니 셀 수 없을 거고, 주택가에서 강제 포획되어 죽는 고양이들 또한 통계가 없으니 셀 수 없을 것이다. 굶어 죽거나 사람이 함부로 버린 것들을 잘못 먹어 죽거나 다쳐서 죽거나 어찌됐든 인간의 세상에서 고양이들은 참으로 살기 힘들다. 고양이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마음씨 좋은 캣맘 캣대디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은 '쥐를 잡는 동물'이라던가 '불길한 요물'이라는 인식이 대부분 아니던가.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똥꼬발랄 녀석들은 그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애초에 고양이라면 무조건 무너지고 보는 작가에게 발견된 것도 그렇고, 첫 시작은 쥐를 잡으러 '입양 당한' 것이지만 이 녀석들에게는 뛰어놀아도 위험하지 않은 공간이 있는 곳으로(작가부부의 처갓집) 입양된 것도 그렇고, 먹을 것이 풍족하고 자신들을 아껴주는 가족들도 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고양이들이다.


그래서 그럴까.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대체로 나른하다. 그러면서도 개냥이의 면모를 보이며 사람을 잘 따른다. 구조했던 아이들이 아가냥들이 어른냥이 되어 제 새끼도 낳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묘하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들을 다룬 책은 앞에서 내가 이야기했다시피 많이 읽어봤는데 말이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좀 신선하다.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지내는 거야 특별할 것이 없는데, 그 고양이들과 함께 유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때문인 듯 하다.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처갓집은 '다래나무집'이라고 불리는 마당이 넓은, 장독대가 즐비한, 늘 푸르른 산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작가 부부의 아들도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아이가 고양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산을 뛰어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퍽이나 예뻐보였다. 아이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기를 띄우며 고양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양이들은 그런 아이의 곁을 지키면서 늘 함께 다니는 그 유대감 말이다.


아가냥들이 엄마냥이 될때까지의 시간이 담겨 있으니 적은 분량은 아닌데, 생각보다 '글'의 양은 적어서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가 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고양이와 아이를 찍은 사진으로 풀어내어 보는 내내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들 아래에 작가가 코멘트 형식으로 달아놓은 글들은 위트를 담고 있어 빨리 읽히는데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푸른 배경으로 인해서 눈도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말이다.


사랑스러운 책이다. 유쾌한 동거라고 적어 놓았기에 뭘까? 생각했는데, 맞는 얘기다. 유쾌하다. 즐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실상 빨리 잘 읽히기도 한다. (글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가 사랑받는 저 집에 가면 누구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함께 산 지 이제 2년. 고양이들은 아마 10년 이상을 함께 살 수도 있고, 혼자 독립해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 할 날들 속의 더 많은 즐거움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의 끝이 그저 끝이 아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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