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매점 - 그가 떠난 빈 자리가 허기질 때
이박사 지음, 남달리 그림 / 51BOOKS(오일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당연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그것은 남녀 사이 연애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계보다 더 헛헛한 느낌이 드는 건 단연 연애가 아닐까 한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온전히 쏟아부으며 서로에게 집중하고 알아가고 즐거워하던 시기를 함께 보내왔기 때문에 멀어지고 소홀해진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관계 말이다. 그래서 헤어지면 그렇게나 헛헛해지는 것이다. 늘 곁에 있던, 헤어질 때조차 너무도 같이 있는 게 당연했던 그가 그녀가 없으니 말이다.

 

이별을 요근래 하지도 않았고, 이별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시기도 아닌데 이상하게 끌렸다.

<연애매점>이라는 제목도 그랬고, 이 글귀도 그랬고.

 

너와 헤어진 후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 되어 버렸다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이 글귀는 그냥 읽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치면 글자가 처음 등장하는 페이지에 적힌 글인데, 이건 이별을 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도 공감하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요근래 본 드라마 중에 <후아유>라고 있었다. (뭐 청소년 드라마이긴 하지만 뭐 어떠랴) 거기서 "시간을 잘 가게 하는 방법 가르쳐 줄까?"라고 여자주인공이 묻자 남자 주인공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시간이 빠르게 흐를 때는 너랑 있을 때야." 막 사랑에 빠진 남자 고등학생이 여고생에게 던지는 사랑고백이자 돌직구였고, 저 위의 글귀와도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함께 있으면 즐거웠던 시간이 헤어지면 더디게 흘러간다. 아니 흘러간다기 보다 내가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모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다.

 

나이는 사랑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지만,

이별하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별하고 그 시간을 견뎌내는 사이 우리는 어른이 된다.

 

 

 

간단하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는 사랑과 이별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연필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들이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가끔씩 가슴을 쿵하고 내려치는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은 꼭 표시해 놓고 한 번씩은 옮겨 놓게 된다. 마음에 들어서 말이다.

 

이 책이 연애를 막 끝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섣불리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연애를 막 끝낸 이들에겐 어떤 위로의 글이나 말보다도 술 한잔과 시간이 약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과 이별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굉장히 필수적인 것이고, 그로 인해서 누군가는 즐겁고 누군가는 슬플지언정 말이다.

 

지금의 나는 위로가 필요없는데도 조금 위로 받았다. 그리고 이 책이 사랑에 아픈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를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별도 있지만

담담히 지나가는 이별도 있단다

술먹고 토해내고 싶은 상처도 있지만

따뜻한 차 한잔으로 삭히고 싶은 상처도 있는 법이고

 

그러나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단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그러니 당신의 이별도 나쁜 이별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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