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밤 2
백묘 지음 / 단글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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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의 밤 1> 리뷰


 

지난 리뷰에서 설명했던 것들을 토대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쯤에서 인물소개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면..


* 클레어 - 정혈귀, 전설로 남아 있는 오르데안 공작가의 고명딸, 현재 천년동안 산 것으로 추정된다. 혈귀의 왕이라 불리는 루시드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정혈귀. 오르데안가의 영애였을 때의 이름은 샬롯, 정혼자인 젠이 있었다. 루시드를 증오하며 그를 죽이기 위해 레드 일행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알려준다. 정혈귀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는다.


* 레드 (레오나드) - 불의 권능을 지님, 본디 귀족이나 그 지위를 버린 채 <책 파는 가게>란 이름의 서점에서 빈둥거리는 게 일. 머리가 붉은 색이라 붉은 사자로 불림. 클레어를 사랑하고 있으며 클레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레드 본인. 불 같은 성격과 함께 엉뚱할 때도 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이성도 지녔다.


* 아란 (아발란체) - 바람의 권능을 지님, 펠타시 경비초소 소장, 은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먹을 것에 집착하는 성질을 보이며 이 부분이 웃음 포인트가 될 때도 종종 있다. 레드 일행 중에서 가장 냉철한 역할을 맡은 한편 밥 챙겨주는 어미새 역할을 하기도 함. 클레어에게 적대적 인상을 갖고 있었다. (1권까지는) 


* 라울 (라파엘) - 치유의 권능을 지님, <책 파는 가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용조용하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을 가지고 레드를 뒤에서 조종한다. 어린 유키와 레드가 싸울 때면 늘 말리는 건 라울 몫. 레드 일행 중에서 가장 중립적인 역할을 맡아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무리에서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잔소리로.) 


* 유키 - 물의 권능을 지님, 레드 일행 중에 가장 어리며, 금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간난아기때 버려져 자신을 주운 양부모에게 학대받으며 살다, 아혈귀에게 양부모가 살해 당한 뒤 그들을 구하러 온 레드와 아란에게 구해졌다. (구해질 당시 물의 권능을 쓸 수 있어 두 사람이 데려왔다고 한다) 레드와 초딩싸움을 주로 즐기며 불리할땐 라울에게 달려가 일러바친다.


* 테드 (테오도르) - 아혈귀에게 아내와 딸을 잃은 채 혈귀에게 혐오와 공포를 갖고 살고 있는 인물. 레드 일행의 후견인이자 거상. (돈 많은 남작)


* 탄 (타니하르) - 대해적 타니하르. 현재는 어둠의 거리 주인으로 있으며 왕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권 말미에 레드 일행이 떠나는 '라볼르'에 동행 아닌 동행을 하게 된다. (레드 일행이 타고 있는 배가 탄의 배다) 

 

본격적으로 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있다.

* 에녹 - 왕자. 왕세자 형인 마하딘이 혈귀임을 알고 성에서 도망쳤다. 그의 곁에는 호위무사인 '잔느'가 따라다닌다.

* 헤른 - 괴짜 연금술사. 하는 짓이 전부 이상한데다 괴상한 연구까지 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기에는 혐오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레드 일행, 특히 클레어에게만은 친절하며 왕세자 마하딘의 부름을 받고 왕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혈귀의 왕' 이자 클레어를 정혈귀로 만든 장본인 '루시드'. 여러 정혈귀들이 등장하고, 2권의 앞부분에는 클레어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클레어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녀의 약혼녀 '젠'의 이야기, 루시드가 자신을 정혈귀로 만든 이야기까지 진행되고, 그로인해 등장인물은 배 이상으로 늘어나니 이쯤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줄인다.


1권 내내 암울하기만 했던 클레어가 '샬롯'으로 온전히 사랑받으면서 살던 시절이 2권의 첫 부분부터 등장한다. 그녀는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혈귀에게 먹이감으로 던져진 꼬마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정혈귀와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허기를 느끼면서 정신을 잃어가는 클레어에게 레드가 자신의 손에 상처를 내 그녀에게 피를 흘려보냈고,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과정을 2권의 앞부분에서 모두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아마도 1권과 2권을 통틀어 가장 밝은 부분이 아닐까 한다. 혈귀와 싸워야 하는, 혈귀도 상대하기 벅차하는 레드 일행이 정혈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연금술사를 찾아 라볼르에 향하던 1권에서는 소소한 웃음이 전부였다. 클레어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웃음, 티격태격 초딩싸움을 하던 레드와 유키와 라울의 싸움들에서의 웃음. 하지만 이는 마음놓고 편하게 웃는 웃음들이 아닌 불안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상황에의 웃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2권의 첫 부분, 샬롯의 기억 속 이야기들의 모습은 레드 일행과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따뜻함이었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사랑스러움과 행복함이었다. 그녀는 3명의 오빠와 1명의 남동생, 그리고 약혼자 젠과 부모님까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공작가의 딸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사랑을 쏟는 오빠들의 사랑이 과분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함께 있음을 약속했다. 이런 사랑스러운 부분들에 왜 그녀가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도 들어있었다. 그래서 긴 기억의 꿈에서 깨서 자신에게 인간의 피를 왜 먹였냐며 절규했을 때의 마음이 더 와 닿기도 했다.


샬롯의 기억에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샬롯도 있었고,

"이게 뭐야?"

"환상입니다. 순간적인 행복이죠. 행복은 손에 잡히는 게 아니거든요."

"그건 너무 심하다. 부질없다는 거잖아."

"아니죠, 살롯 님. 짧기에 더 아름다운 겁니다. 그러니까 다들 행복해지고 싶어하죠." (p 26)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샬롯도 있었다.

"전요, 오라버니. 기대가 돼요. 달이 차고, 지는 것을 매일 밤 함께 바라보고,

어느 날 저 달의 빛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에 함께 아모른 님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겠죠.

이 육체가 사라져도 젠과 나는 함께할 거예요."

"그래."

"그렇게 쭉 그와 함께하고 싶어요." (p 52)


그리고 인간의 피를 먹고 나서 좌절하는 클레어는 세상이 끝난 듯 보였다.

"어째서 인간의 피를 마시게 해, 내 저주를 완성시킨 것이냐? 어째서... 어째서 내가 진짜 정혈귀가 되게 만든 것이냐? 어째서.... 어째서.... 나를..... 나를 진짜 괴물이 되게 한 것이냐?"

"그래도 그리하면 안 됐다. 이 고통은 한 조각이나마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인간성이었따. 그런데 네가..... 아아.....! 붉은 머리의 아이야, 네가 나를 진짜 괴물로 만들어 버렸구나." (p 121)


책을 보면서 가장 안쓰러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과거의 클레어의 모습을 알게 되는 건 퍽 반가운 일이었지만, 괴로워 하며 자책하는 클레어의 모습을 보는 건 꽤 안타까웠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는 레드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아모른의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등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비록 이들이 얼만큼 강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의 씨앗을 작가가 이리저리 뿌려둔 터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2권이기도 했다.


웹소설로 보는 것보다 훨씬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 책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게 읽혔다. 이야기들이 끊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도 들었거니와 좀 더 다듬어져서 한결 읽기 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웹소설의 특성상 등장인물의 일러스트를 대사 앞쪽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게 책을 읽던 이의 입장에서는 조금 적응하기 힘든 것이기도 해서다. 그런 부분들을 뺀 채 담백하게 이야기로 이루어진, 조각내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를 접하게 되니 전체적인 이야기도 훨씬 더 잘 들어왔다. 재미있는 것도 재미있는 거지만, 읽기 편한 것이 더 좋았다고나 할까.


2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아쉬운 부분에서 끊겼다. 아직 레드 일행은 해야 할 일이 많고, 펠타 시로 돌아오고 나서는 이상한 누명까지 쓰게 돼서 한층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혈귀에 대한 이야기도 아직 반밖에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루시드는 죽는 걸까? 레드와 클레어는 이어지는 것일까? 권능은 다들 잘 사용하게 되는거지? 탄! 괜찮은거니? 뭐 이렇게 떡밥만 가득하고 주워담질 않는 소설은 오랜만이라 다음이 더 기다려지는지도 모르겠다. 당최 완결은 언제쯤 나는 것일까.. 아마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될 지도.


마지막으로 타니하르가 아란에게 하는 대사를 적으며 마무리한다.

그냥 소설 속 대사일 뿐이고 현실과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은데, 왜인지 자꾸 마음이 가는 부분이라서.

"의심을 하고 경계를 하는 것도 좋아. 살아남는 방법 중에 하나지. 하지만 때로는 마음의 끌림을 믿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아란은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나는 바다에서 생활할 때, 늘 그 끌림을 믿었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뭡니까?"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해 주더군." (p 110,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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