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밤 1
백묘 지음 / 단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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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즐겨 읽지 않는다. 집중해서 글을 봐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도 하고, 자주 내용이 끊어지면 자꾸 앞을 오가면서 스토리를 이어 붙여야 하고, 1권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도 꽤 많은데다, 취향도 어느정도 타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책 읽는 게 까다롭지는 않은데 그래도 잘 술술 읽히지 않으면 어렵다 느껴지고 그 책은 영 진도가 안 나가서 말이다. 더군다나 로맨스 소설이라니. 도서실에 로맨스 소설이 많았는데 내가 뽑아봤던 건 드라마화 됐던 소설들 뿐이었다. (원작과 드라마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찾아본 게 전부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은 나와는 상관없는 거라고 여겼었는데- 네이버 웹소설을 보면서 깨달았다. 재미있는 작가의 글은 진짜 재미있구나!! 그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백묘 작가다.


백묘 작가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 명성도 나는 잘 모른다) 적어도 글은 무척이나 내 타입이었다. 처음 읽은 소설이 <영원의 밤>이었다니 내가 축복받은 것 마냥- 그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꾸민 듯 아닌 듯한 묘사와 술술 읽히는 글, 재미있는 캐릭터들까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던 중 갑작스레 완결로 처리된 채 (실제로는 완결이 나지 않은 채) 사라져버려서 아쉽기 그지 없었는데 단행본으로 출간됐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보지 못했던 완결 부분을 볼 수 있구나!!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설 <영원의 밤>은 단행본으로도 아직 완결을 내지 않았다. 현재 1,2권이 출간되었는데 이 두 권은 모두 웹소설에서 만나봤었던 이야기들이다. 이 점이 참 아쉽긴 하지만, 이미 단행본화가 결정되어 모든 에피소드가 유료화 전환되어 있는 이 때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던 <영원의 밤>을 다시 읽는 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인기가 있는지는 기존에 나와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으나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저자 백묘는 뱀파이어와 궤를 같이하는 듯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의 몬스터를 만들어 냈다. 혈귀와 정혈귀가 그것이다.


사람이 피를 빨리면 아혈귀가 되는데 (피를 모조리 빨리면 바싹 마른 것처럼 온 몸의 수분이 사라진 시체가 되고, 중간에 피를 빨리다 말면 아혈귀가 된다), 이 괴물들은 밤에는 햇빛 때문에 나다닐 수 없고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것을 주식으로 하며, 빠른 다리와 굉장한 신체능력을 가졌으나 이성이 없다.(한마디로 멍청하다) 이성이 없다 해도 운동능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잘 죽일 수 없다. 이런 아혈귀를 만드는 혈귀를 '정혈귀'라고 하는데, 겉모습만 봐서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고 매력적인 겉모습을 갖고 있으며 아혈귀처럼 인간의 피를 먹으며 살아간다. 정혈귀인 자신의 피를 인간에게 먹이면 그 인간 또한 정혈귀가 되어 영원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팔이나 다리가 잘려도 가져다 붙이면 재생이 되는 거의 천하무적급 괴물이다. 소설 <영원의 밤>은 정혈귀와 혈귀에 맞서 싸우는 집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 중 <영원의 밤> 1권은 여주인공인 클레어(샬롯)과 레드(레오나드) 일행이 만나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을 그렸다. 프롤로그에서는 원치 않지만 '정혈귀'과 된 클레어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그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클레어가 레드, 라울, 아란, 유키 네 사람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그리운 감정들을 떠올리게 되고, 계속 레드 일행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클레어는 자신에게 그리운 감정을 되찾게 해 준 레드 일행이 아모른의 권능을 사용하는 이들이란 것을 알게 되고, 레드 일행 또한 클레어가 정혈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혈귀만을 알고 있던 레드 일행에서 정혈귀라는 존재를 알려주고 그들을 도우면서 클레어는 본격적으로 그들의 여행에 동참하게 되고, '신뢰'를 쌓아가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 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바로 클레어와 레드의 이야기다. 레드는 이상한 말투를 쓰는 (클레어는 1천년이나 혼자서 살아와서인지 말투가 할머니도 아닌 것이 되게 묘하다) 클레어를 미친X 취급을 했었는데,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런 게 사랑인가'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클레어 또한 잃어버렸던 그리운 느낌을 느끼게 하는 레드에게 마음을 주고 싶어하지만 '인간'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영원을 사는 정혈귀에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레드를 차갑게 대하곤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 죽은 후에 만날 일도 없다. 그와 함께할 영혼은 저주를 받으며 사라졌을 것이다.

이 저주받은 몸은 영혼도 없이 영원의 밤을 걸어갈 고깃덩이일 뿐이다.

사랑도, 슬픔도, 그리움도 클레어에게는 사치였다. (p 59)


"그리고 그 아이 타령. 나도 아이, 테드도 아이, 라울이랑 유키도 아이. 전부 아이라고 하면 누가 누군지 어떻게 구분을 해? 이름을 부를 수도 있는 거잖아. 이름도 못 외울 만큼 머리가 나쁜 거냐?"

"이름을 부르면 정이 든단다. 정이 들면 슬퍼지지." (p 126)


"소중함이라는 것은 단지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란다."

"그, 그럼? 그럼 언제 생기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지. 너와 함께 하는 이들을 믿거라, 금빛의 아이야. 의심하고 두려워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삶이 아니더냐." (p 200)


하지만 레드 일행과 같이 있을수록 그들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느라 애를 쓰는 클레어의 모습은 정혈귀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던 클레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2편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정혈귀들의 모습이 전면에 나타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 리뷰에서는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레드 일행을 도와주던 테드라던가, 배에서 만난 타니하르라던가, 에녹 왕자라던가. 인물들이 많아질 수록 클레어는 사람다운 모습을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2편의 리뷰에서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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