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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창의력만 훔쳐라
김광희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창의력이라는 말만큼 광범위한 단어도 없는 것 같다. (광범위하다는 것은 단어가 가진 뜻이 아니라, 그 단어로 인해서 창출되는 수많은 무언가들이 광범위하다는 뜻이다.) 국어사전 속에서의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실 물질적으로 많이 풍족한 21세기에서, 창의력이란 건 어쩌면 이미 레드 오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주위에는 많은 물건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것을 생각해 내기엔 찾아내는 데엔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생각을 비틀고 새로운 것들을 찾는다 해도 그것들이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것만 같은 느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창의력은 찾아내기 힘든만큼 귀한 것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아이들에게 창의력에 대한 교육도 시킨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삶의 환경이나 교육의 질이 비슷비슷하니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곧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해진 만큼 요즘 서점에서 창의력 관련 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창의력과 관련해 여러가지 책을 써 낸 저자 '김광희'가 이번에는 이웃나라 일본에게서 창의력만 훔쳐오자는 발칙한 제목을 단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공고를 졸업해 일선에서 일을 하다 일본으로 넘어가 경영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에서 머물면서 그들에게 배울만한 창의적인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일본이 무조건 창의적이니 그들을 보고 배워라!라는 논조의 책은 아니다. 그저 저자는 일본에게서 배울만한 점은 배우고 그들의 현재를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저자가 일본에서 느꼈던 창의적인 생각들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part.1은 일본의 기발한 소재들을 설명하고 소개했다. 저자는 소화되고 흡수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같이 적어놓았다. 이 부분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건 2가지. 아이돌 AKB48에 대한 이야기와 택시회사 이야기.
아이돌을 상품화해서 그녀들을 자신이 키우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끔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 직접 유닛을 만든다거나 활동할 멤버를 고르는 등의 특혜를 주는 것, 앨범 속에 들어 있는 카드나 악수회 참여권을 통해 직접 만날 기회를 주는 것. 이를 통해 잠들어 있는 내수 음반 시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내가 이 이야기에 관심이 갔던 건 아이돌쪽으로는 꽤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을 보고 자라온 내 세대는 아이돌이 익숙한 세대 중 하나니 말이다.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확실히 국내와는 다른쪽으로 선진화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을때, 아니 그 전에 15살의 보아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소속사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완전하게 자라서 나오는 대한민국형 아이돌은 그들에겐 신세계였을테니 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아이돌은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받아들이되 조금은 다른 식으로 성장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춤과 노래면에서 완벽성을 띠고 등장하는 아이돌은 우상시 되고 있어,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친근하게 어필하는 아이돌과는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다.
이미 저자가 짚었던 여러 개의 앨범 발매 방식이라든지 악수회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나의 앨범을 멤버별로 자켓을 다르게 만들어 발매한다거나, 앨범 속에 포토카드를 넣어 컬렉션을 모으도록 유도한다거나, 리팩키지 앨범을 내서 자켓을 또 바꾼다거나,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앨범을 사야만 응모권을 얻을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SM 루키즈라고 해서 AKB48처럼 아직 노출되지 않은 연습생들을 '키우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걸로..!
눈앞의 이익을 쫓는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자신들의 포지션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는, 택시는 운송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본의 한 택시회사 이야기는 꽤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택시기사들의 친절도가 다른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자신이 해야하는 분야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진득하게 일을 해 나갈 때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아주 기본적인 철칙을 지킴으로써 1등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 택시회사의 모습에서는 보고 배울 게 분명히 있어 보였다.
이야기들 중간에는 잠깐 머리를 쉬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본문의 이야기들도 무겁지 않지만, 커피 브레이크 페이지의 이야기들도 무겁지 않아 읽고 있자면 '그렇군'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으로 일본의 창의력을 단숨에 훔쳐올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피지지면 백전백승 아니던가. 우리가 일본과 싸울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길을 먼저 걷고 있는 그들에게서 조금의 힌트는 얻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에게서 그들의 소소한 창의력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미 지난 삶의 지혜까지 찾아올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해당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