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 어린왕자 영문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윤주옥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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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속의 모든 영어 문장은 <어린왕자 영문판>에서, 리뷰 속의 모든 한글 문장은 <어린왕자>에서 가져왔음을 알린다.

 

 

 

글담 서포터즈로 받게 된 두 번째 책은 <어린왕자>였다. 응? 왜 어린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인디고에서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제일 첫 번째 책으로 <어린왕자>를 이미 선택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어린왕자>이긴 한데 '또 다른' <어린왕자>다. 바로 '영문판 어린왕자' <The Little Pricne>다.

그동안 어린왕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아마도 후대에 이어 또 후대에까지 길이길이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고전이다. 그래서 한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원문'의 느낌을 알고 싶어서 영문판을 선택해서 같이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해서 영문판을 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수요가 있으니 당연히 공급도 많을 터. 영문판과 한글판을 같이 묶어서 발간된 수 많은 책들이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웬 영문판? 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것 알고 있나? 영문판이라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외국인조차 문학적으로 감상할 수 없는' 영어 번역이라는 것을 말이다. 영어교재 어투이거나 잘못된 번역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디고는 국내 최초로 '불영번역'을 시도, 완역본을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로 발간하게 된 것이다.

 

번역은 영문학자 윤주옥 교수가 맡아서 진행했다. 그녀는 번역이라는 작업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해석의 과정이지만, 자신이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이야기 했다. 게다가 영어로 된 최상의 표현을 찾기 위해 미국 뉴잉글랜드에 거주하는 원어민 편집자와의 수많은 토론이 있었음을 밝혔다. 영문판을 읽으면서 문학적 표현을 논할 정도의 영어 실력이 아니라 가타부타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 원어민이 읽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문학책이 되었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People, they rush about in express trains, but they no longer know what they are looking for.

That is why they bustle about and 'go round and round'. (p 138) 

사람들은 저마다 급행 열차에 몸을 싣지만, 정작 자기들이 무엇을 찾으러 가는지는 모르고 있어.

그래서 초조해 하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만 해... (p 200)

 

 

 

 

When you look at the sky at night,

because I live on one of the stars,

because I shall laugh on one of them,

it will be as if all the stars were laughing.

You will have stars that can laugh! (p 150)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중 한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p224) 

 

 

 

 

You take the risk of crying a little if you allow yourself to be tamed. (p 143)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 힐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 211)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를 알게 된 건 순전히 한글판 <어린왕자>였기 때문에, 세트로 받지 않았어도 세트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영문판을 읽고 문학적 소양을 알아챌 수 없으니 차라리 한글판을 한 번 더 읽어보았다. 익히 알고 있던 내용들 말고 또 다른 내용이 보이니 신기했다. 그 보아뱀과 양이 들어 있는 구멍뚫린 상자와 장미와 여우, 그리고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뱀까지- <어린왕자>의 결말에 대해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며 나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결론을 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근본적인 물음에까지 다가갔다. 그 어린왕자는 정말 화자가 '본' 것이 맞을까? 혹시 탈수증세에 빠져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같은. 어렸을 때 어린왕자를 어떻게 읽어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묘미는 감성을 자극하는 일러스트가 아니던가. 김민지 일러스트 작가는 파스텔의 예쁜 색감을 사용하면서도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는 그림을 그려 독자로 하여금 글에 대한 이해를 배가 시킨다. 사진으로 찍어서 이 정도지 직접 본다면 아마 더 반할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심장을 정조준해서 저격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여성들이 좋아하는 그림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용으로도 좋을만한 책.

 

사람들이 기억하는 어린왕자는 작고, 바오밥나무에 당황하고, 노을 보는 것을 즐겨하며, 사막에 불시착한 화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던 모습들이 아닐까 싶다. 혹시, 집에 어린왕자 책이 있다면 한 번 꺼내읽어 보길 권한다. 누구나가 소싯적 읽어본 책이겠으나 다가오는 느낌은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어쩌면 나처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엄마도 결말은 기억하지 못했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다시 어린왕자를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나이 들어가는 나와 함께 나이들어가는 이 책은 나이 들어서 읽어도 묘한 울림을 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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