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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쿠바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 잊을 수 없는 내 생애 첫 쿠바 여행 ㅣ First Go 첫 여행 길잡이
남기성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5년 4월
평점 :

여행 관련 책이라면 읽어보는 걸 좋아한다. 늘 여행책 관련 서평을 적을 때 이야기하듯, 내가 직접 떠날 수 없기에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뭐 가끔은 '꼭 가고야 말겠어'라는 전투의지를 불태우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꽤 여러 나라의 여행책을 봐 왔었는데, 오늘 서평을 쓸 이 나라에 대한 책은 본 적이 없어 일단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제목부터 어마어마하게 긴 이 책은, 하지만 그 긴 제목에서 책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처음 쿠바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처음'이 중요한 포인트고, 나라 이름인 '쿠바'도 중요 포인트, 그리고 '가장 알고 싶은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다.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정보'가 많은 책이다. 애초에 제목에서 이야기했던대로, 여행자가 가장 알고 싶어할 만한 것들이 몽땅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책이니 말이다. 만약 내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기 전에 궁금한 것이 뭘까 생각해 봤다. 해외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가기 위해 필요한 비자와 여권 신청부터 알아볼 것이고, 그 다음은 항공기 예약, 그에 맞춰 숙박할 호텔을 알아볼 것이며, 호텔을 알아보면서 아마 화폐에 대한 개념도 깨우치게 될 거다. 그리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며 교통편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할거다. 아마도 폭풍 검색과 함께. 그 다음에는 체류기간동안 머물면서 보고 싶은 대강의 것들을 추릴것이다. 유명한 것과 꼭 보고 싶었던 것들을 체크하고 어떻게 가는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대충 체크해 두고, 맛집도 몇 군데 정도는 검색해 놓지 않을까. 원래 여행 한 번 하려면 폭풍 검색이 동반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던가.
이 책 <처음 쿠바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은 그런 폭풍 검색을 반으로 줄여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설명할 때 책 이름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쿠바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는 여권은 어떻게 만드는지, 비자는 어떻게 발급받는지, 여행자 보험을 드는 방법이나 숙소를 구하기 좋은 사이트 등도 알려주고, 쿠바에 대한 여행정보를 정리해놓은 사이트도 알려준다. 거기서 끝이면 섭섭하다. 출국할 때 해야할 일이라든지 입국했을 때 해야 할 일이라든지도 살뜰히 알려주고, 내려서 헤매지 않도록 버스 승장강은 어디에서 타는지, 이 정도 거리가 되면 택시가 좋을지 버스가 좋을지, 어디서 타면 택시값이 더 싼지도 알려준다.

당장 쿠바에 도착해서 필요한 것들이 한가득 쏟아진다. 그래서 읽으면서 흥미로웠다.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신기한 것들 투성이니까. 그 중 즐거웠던 건 Tip이라 적힌 부분들이었는데, 팁은 대게 본문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알아뒀으면 좋을만한 것들을 일러준 공간이다. 자잘하지만 여행다니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적어놓은 공간이니(더불어 저자가 몸소 느낀 바 체험을 녹여서 써 놓은 공간이기도 하다.) 쿠바에 갈 사람이나 가고 싶은 사람들은 이 공간은 꼭 챙겨볼 것-
쿠바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나면 책은 저자가 6박 7일동안 여행했던 길을 그대로 설명해주면서 '나를 따라 여행해 보면 어떨까?'를 이야기한다. 저자 남기성은 날짜마다 테마가 있는 여행을 했는데, 하나의 테마를 정한 후 그 테마와 잘 어울리는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친절한 이 책은 지도를 첨부해서 각 테마별로 돌아다녔던 곳을 체크해 놓았다. 큰 지도 작은 지도 모두 들어 있어서 이게 어디쯤이구나를 대충 감 잡을 수 있다고나 할까. 거기다가 막상 돌아보려고 해도 앞뒤 분간이 되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외국만 나가면, 아니 동네만 벗어나면 동서남북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어떤 건물 뒤로 돌아야 하는지 매표소는 어디있는지도 숫자를 붙여 잘 설명해 놓았다. 백마디 말보다 사진이 첨부된 그림 하나가 더 좋듯이, 모든 장소는 사진으로 남겨져서 이 책을 들고 여행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길을 잃어버릴 위험은 없다는 얘기다.

내가 관심을 보인건 매 테마가 끝날 때마다 뒷쪽에 붙어 있던 쿠바의 먹거리에 관한 공간이었는데,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같은 곳도 소개해 놓고 명동거리같이 군것질 하기 좋은 거리도 소개해 놓았다. 레스토랑 같은 경우는 그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 뿐만 아니라 가격, 주소, 전화번호, 이용 가능한 시간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팁이 될 듯 하다. 아래쪽에는 위에서 내가 강조했던 Tip 박스가 있는 곳도 있는데, 이 레스토랑은 줄이 점심시간 때는 줄이 기니까 시간대를 옮겨 가라든가, 어떤 음식이 맛있다든가, 어떤 음식을 먹어봤다면 이 음식도 먹어보라든가, 주변에 어떤 유명한 곳이 있다든가 등 작가의 꿀팁이 담겨 있으니 팁 박스 하나도 그냥 넘기지는 말자.

쿠바에서 유명한 체게바라와 헤밍웨이를 빼놓을 수 없으므로, 저자는 이 두 인물과 관련한 테마를 각각 하루씩 짰다. 체 게바라와 같이 쿠바 혁명과 관련된 1일 여행, 헤밍웨이와 함께 하는 그의 생가부터 자주 갔던 카페까지 둘러보는 1일 여행. 쿠바에서 관심이 갔던 부분인 단연 이 부분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을 둘러보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조금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작가의 인터뷰 부분에서 풀렸으니...

'쿠바는 교통편이 발달되지 않아서 일정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인터뷰가 내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왜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했을까 살펴봤더니 관광지 사이사이 이동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많게는 3시간이 걸리는 곳도 있다.) 그렇기에 쿠바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둘러보느냐가 중요한데, 굳이 저자가 다녀왔던 길을 그대로 가지 않더라도 쿠바의 여러곳을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테니 본인이 생각해서 길을 개척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테다. 저자는 쿠바의 중심 뿐만 아니라 지방도시들도 돌면서 쿠바의 여러 향기를 느꼈기 때문에 일정이 좀 더 뜨문뜨문한 걸수도 있다. (테마를 맞추려고 했던 이유도 있을 테다) 그것들을 촘촘히 그리고 느낄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나만의 루트를 짜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 방법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은 정보 전달에 주 목적이 있다보니, 작가의 사심을 담은 예쁜 쿠바의 사진들 보다는 '어느 건물 앞에 뭐가 있다'를 알려주기 위한 조각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이다. 해서 에세이 느낌이 나는 예의 봐 왔던 사진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마 에세이를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이 있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에세이보다 실용서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책이니 말이다.
쿠바를 처음 접해서 낯선 사람이 쿠바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보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가는 길 또한 자세히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작가의 꿀팁들이 여기저기 많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여러 풍경이 없는 게 아쉽다면 직접 본인이 가서 찍어오면 될 일 아니던가!! 즐거운 쿠바 여행을 위해, 그리고 배낭여행을 떠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