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토끼 난다詩방 2
성미정 지음, 배재경 그림 / 난다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엄마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든 동시집은 엄마들에게 꿈을 불어넣어주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많은 모습을 남기고 싶은 게 '엄마'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함께 이야기하면서 추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싫다고 해도 굳이 세워놓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게도 한다. 등을 떠밀기도 하고, 때로는 윽박도 지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들이 과연 아이의 기억에는 제대로 남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이와 엄마가 동시에 할 수 있는 건 의외로 많지 않다. 엄마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이고 아이는 대체로 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같이 무언가를 시작했다가도 금방 시들해져서 그만 둬 버리는 게 그냥 일반적인 삶이 아니던가. 


동시의 주제는 '일상'이다.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일기처럼 에세이처럼 쓴 시들을 모아 놓은 것이 <엄마의 토끼>다. 굉장히 개인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읽어보니 그건 선입견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사생활(?)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 꽤나 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하게 되는 듯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은 어른만큼이나 고민이 많다는거다. 저 나이 때 내가 이렇게 고민했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새로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은 즐겁고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사는 게 고달프다' (p 116) 이야기 하기도 할까. 고작 아홉살 인생이 고달프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는 건 비밀-


가끔씩은 아이들이 툭 내뱉는 말이 어른의 마음을 건드리기도 한다. 동시의 묘미는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몇 개 골라 봤다.

어쩐지 아주 조금은 / 개학도 기다려지는 첫번째 여름방학 (p 23)

친구와 함께라면 / 벌서기도 재미있구나 / 벌을 서보고 알았어 / 친구가 있어서 알았어 (p 39)

봄바람 같은 너의 숨결에 /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 낙하산 되어 날아가지 (p 54)

내가 훔치고 싶었던 건 찬장 위에 던져둔 / 백 원짜리가 아니었어 / 동생들만 쫓아다니고 / 언니만 걱정하는 엄마 마음이었어 (p 109)


아이의 생각이 굉장하다고 느낀건 역시 책의 뒷표지에도 나온 '까닭이라는 닭을 본 적이 있니'였다. 이 책의 뒷표지로 삼을만큼 아이의 생각이 고급지다. 생각의 알 속에 살고 있다는 까닭 /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각의 알을 깨고 / 태어난다는 까닭 // 얘들아 너희들은 / 까닭을 본 적이 있니 // 선생님이 까닭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렇게 설명해주니 아이는 까닭이 '닭'의 종류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까닭을 닭종류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어찌나 귀엽던지.


그러나.. 나는 동시에 대한 감흥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아이의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는 확실히 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들이었으나, 아이가 없고 20대인 내게 이 책은 크게 감동할 거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가가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보내면 아마 좋아할 듯 싶다. 이런 류는 앞에서도 말했듯 엄마들의 로망이니까.

아이와 함께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면서 끝을 맺는 것을 할 수 있는 엄마들은 이렇게 책을 만들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다. 굳이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지 않더라 하더라도, 글을 모으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거리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 좋은일이니까. 아이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건 엄마로서 어떤 기분이 들까. 문득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