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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 가슴에 쌓이는 시간의 기억
바랑 뮈라티앙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곁에 있는 게 당연한,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바로 시간이다. 자신이 가진 환경이나 육체, 유전자 등 갖고 태어나는 것과 살면서
얻는 것 등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유일하게 '시간'만이 똑같다. 그 시간이라는 것은 참 묘하게도 천천히 흐르기도 재빠르게 흐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한다. 숨쉬는 게 당연한 것처럼 시간을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시간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 "생각해보면 되게 신기한 것". 나는 그게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바라 뮈라티앙의 <어바웃 타임>은 그런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시간'을 시각화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나는 고작 모래시계 정도를 생각했다. 한 쪽의 모래가 다른 쪽으로 균일하게 흘러가면서 시간을 나타내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도 '시간'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말 그대로 '시간' 뿐만이
아니니까-

작가는 시간이 가슴에
쌓인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해 본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작가가 만든 여러 작품들은 처음 보면 '이게 시간과 어떤
상관이 있는걸까?'의 물음표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보면 알 수 있다. 아, 이건 이래서 시간과 관계가 있는 거구나. 이건 이래서고.
우와, 신기해! 시각의 비틀기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작가가 가진 시각이 굉장히 넓다고 해야하나. 작가의 시선이 닿은 '시간'들은 하나의 사진이
되기도 하고 연속성을 부여받기도 한다. 물론 복잡한 그림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빈 곳이 많다. 그럼에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이 모두 표현되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음에도 전하려는 것이 온전히 전해지는, 꽤 편리하고도 굉장한 그림. 숨겨놓은 게 많아서 보면서 자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그림들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첫눈에 반하는 것, 그리고
어느 화창한 날 결혼하는 것- 이것과 시간의 상관관계를 딱 보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몇 안 될테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사랑에
빠지는 잠깐의 1초, 그 짧은 '시간' 또한 인생에서의 한 지점이자 가슴에 쌓이는 기분 좋은 기억이다. 또한 결혼하기까지 겪어온 그 사람과의
기억들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에 대한 보답으로 얻은 따뜻함이고,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결혼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그
기억들이(그리고 시간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전혀 상관이 없지 않다. 게다가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반해서 함께 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는 것을
앞뒤 페이지로 표현하면서 2줄로 표현했다. 간단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전해지는 신기한 기분이 어떤 건 줄 알겠나.

이건 살펴보다가 폭풍
공감했던 페이지다.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 어떤 건가 하고 살펴봤더니...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 찾으려던 물건이
없어서 검색이 불발되고 > 다시 심기일전해서 검색을 하고 > 결국 원하는 게 없어 차선책으로 구매했는데 > 알고보니 예전에 사둔
비슷한 물건이 발견된다는 그런 얘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뭐든 좋은 것을 찾기 위해서는 찾아보는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샀던 것을 또
사는 건 왜인지 '시간낭비'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대체로 이런 건 여자들의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옷'이 그렇다. 옷을 사 놓고
옷장에 넣어 놓았으면서 자신의 취향인 옷을 발견하면 또 구매한다. 그리곤 옷장에서 비슷한 옷을 발견하곤 분노한다. (당연히 본인의 취향이니 옷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ㅋ) 나 같은 경우는 머리끈이 그러한데, 내 방은 머리끈 블랙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막 쓰고 버리기 위해
작은 머리끈을 쓰기는 하지만 그 머리끈은 꺼내 놓기만 하면 그리고 한 번만 사용하면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이런 경험은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은 해 봤을 경험- 그래서 사진을 찍어 봤다.

이 그림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와 조금 더 늦게 어른이 되고 싶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놓은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과 어른이 되기 싫은 것 또한 시간과 관계가
되어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깨달았다. 어렸을 적엔 빨리 시간이 갔으면...하고 생각했던 게 조금 나이가 들면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고 바라게
되니 말이다.
책은 이렇게 생각해보면
'시간'과 관계되어 있는 것들을 깨알같이 찾아내서 독자들에게 '시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모든 게 빨라지고 경험이 서로 얽히면서 시간은 여느 때보다 빨리
흐른다. 많은 것을 보는 시간, 모든 걸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 많은 걸 욕망하는 시간. 우리의 관계, 우리의 기억, 우리의 꿈과 희망을
시간이 규정한다. 반대로 보면 모든 게 더 차분하고, 더 부드럽고, 더 단순하다. 시간의 거리는 많은 순간들을 걸러주거나 승화시키거나 지워
없앤다. 단지 광풍과도 같은 열정과 웃음과 쓰라린 상처만이 오래 남는다.
책
속에서 유일하게 긴 이야기가 실려 있는 페이지에 작가는 이렇게 전했다. 시간이란 것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모든 것을 처리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차분히 시간을 좀 더 바라보는 건 어떠냐고 말이다. '글'이 없는 책은 생각을 오래하게 하곤 한다. 글이 차지하는 부분을
독자의 상상력에 온전히 맡기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 생각이 깊어질 수록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자꾸 고쳐서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당신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쉬우면서 어려운 '시간'에
대한 정의 내리기. Abou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