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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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 톰골드의 <골리앗>은 내게 꽤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누군가는 울었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슬프다고 했다. 골리앗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찬양하는 이도 봤다. (물론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 알게 모르게 접했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난 기본적으로 <골리앗>에 우호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고, 이 책이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어서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책을 다 읽는 데는 정말 길게 잡아 30분이 걸린다. 이건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육성으로 소리냈을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 말인 즉슨 나는 육성으로도 읽어봤다는 얘기다. 허허) 그러니까 눈으로 빨리 읽는다면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눈으로 한 번만 쓱 보고 덮기에는 참 아쉽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성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골리앗과 다윗의 이야기는 대충 안다. 거대한 무언가와 약소한 무언가의 싸움에는 꼭 골리앗과 다윗이 비교되곤 하니까 말이다. 사실, 골리앗은 다윗에게 죽는다. 이미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이므로 바꿀 수 없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유로 많이 쓰인다는 건 골리앗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크고 거대하고 조금은 사악하고 무섭고 따위라서..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서 골리앗과 다윗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성서와는 관계없이 종교와는 관계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말이다. 그리고 찾아본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골리앗'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보다는 다윗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골리앗은 다윗이 해치워야 할 몬스터(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나같이 무섭게 생긴 원화들 속에서 톰골드의 '골리앗'을 떠올리기란 힘들었다.


표지에서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골리앗이 이 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골리앗은 외로웠고, 곁에 와 있는 것은 9살 난 방패지기 뿐이었다. 단지 거대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출되어, 상부의 명령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전시 상황의 일개 군인. 삭막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감수성을 지닌 골리앗이 맡기에는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골리앗이 읽어내려가는 내용은 참 무시무시하다. '너희들 중 아무나와 내가 일대일로 싸워서 지는 쪽이 이기는 쪽의 종이 되라'는 골지의 내용. 그걸 아침 저녁마다 각자의 기지 중간 지점에 있는 골짜기에 나아가 혼자서 읽어야 하는 외로움. 그건 골리앗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행정이 편한 사람, 부대에서 검을 끝에서 5번째로 못 쓰는 사람, 물 마시러 간 물 속에서 조약돌을 하나 집어드는 섬세함, 위험할 수도 있으니 자신의 방패지기를 먼저 챙기는 자상함, 그리고 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 떠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직함까지. 톰골드가 만들어낸 골리앗은 병사가 아니라면 참 진국인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전쟁이 그로 인해 흘러가지만 않았다면, 잘못된 상부의 판단으로 골리앗에게 그런 임무가 주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랬다면 성서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때로는 패배자에게도 끌리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데, 어째서인지 골리앗에게는 그 마음들이 하나같이 인색했다. 그러니 그토록 많은 그림에서 골리앗은 목이 잘린, 혹은 잘리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게 아닐까. 어쩌면 톰 골드는 최초로 골리앗이란 패배자에게 끌린 사람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서평 중)


출판사의 서평 내용 중 이 내용이 가장 와 닿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나 골리앗에게 인색해야만 했던 것일까. 역사는 임하는 사람의 입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역사 속 인물 뒤집기는 늘 논란이 되지만 그만큼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곤 한다. 노아라든가 모세라든가 많은 각색이 있었지만 성서 속 악인을 건드리는 건 많은 이들이 꺼려서였을까. 아마 톰골드가 아니었다면 골리앗은 내게도 여전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됐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내게 골리앗은 '외로운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것이 명백한 픽션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완벽한 픽션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앞으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접할 때면, 달빛에 비친 조약돌을 가만히 바라보는 슬픈 병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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