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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라오스 - 행복을 꿈꾸는 여행자의 낙원 ㅣ 지금 이 순간 시리즈 1
오주환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평점 :
2014년 한창 인기있었던 '꽃보다' 시리즈. 이서진이라는 극강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시리즈들에 출연했던 출연자들 모두 이슈가 됐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꽃보다 청춘"이었는데, 40대 중년의 청춘들의 여행기와 30대 초반+20대의 청춘들이 펼치는 2가지 에피소드가 나란히 방영됐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중년의 청춘들이 자신들 속의 '소년'을 발견하며 한껏 자유로움을 즐겼던 중년 청춘쪽 에피소드가 더 마음에 들지만, 유연석, 손호준, 바로 (B1A4)의 3명이서 맨 몸뚱아리로 부딪혀 가면서 소개했던 라오스도 기억에 남는다. 배낭여행을 나가본 적이 없는 내가 '만약 배낭여행을 가게 된다면 저런 느낌일까' 같은 적나라한 느낌을 전해주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찾아보면 라오스는 방송에 참 많이 소개됐던 곳이다. 그렇지만 주로 게임을 하러 가서였는지는 몰라도, 많은 프로그램이 다녀갔는데도 불구 기억에 오래 남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 꽃보다 청춘 이전까지는.
이 책과 꽃보다 청춘은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자꾸 꽃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나왔던 장소들이 이 책에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 라오스라는 그리 크지 않은 한정된 공간에서 관광객이 행동할 수 있는 행동반경이라는 것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라오스는 실제로 한반와 비슷한 크기다) 그래서일까. 책을 보면서 꽃청춘이 많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꽃청춘이 생각나는 건 딱 거기까지.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라오스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꽃청춘을 잊어버리게끔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읽는 이도 작가의 라오스 사랑에 동참하게끔 만든다. 나는 라오스를 잘 알지 못하는데 작가처럼 라오스를 잘 알게 된 것만 같은 느낌.
<지금 이 순간 라오스>를 보면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방비엥'이었다. (그쪽의 발음으로는 왕위엥)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라오스를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들러여 하는 성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방비엥은 유명하고, 그렇기에 원래 라오스의 색을 조금 잃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고 작가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비엥은 카야킹, 튜빙, 탐장 등 익사이팅하지는 않지만 자연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은 곳이라고도 이야기했다. 근데 내가 가보고 싶은 이유는 여러 즐길거리 이외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였다. 함께 카야킹을 하거나 튜빙을 하다 친해지면 같이 다음 곳 여행을 하기도 하는 작가를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이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 같달까. 여행자들이 꼭 들러서 가는 코스이기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와는 다른 그들과의 만남은 여행 중 또다른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라도 같이 어울려 놀다보면 그런 낯가림은 방비엥에서만큼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때문.
또 가고 싶은 곳은 루앙프라방의 '꽝시폭포'다. 어마무시한 물색깔을 자랑하는 이곳은, '쪽빛보다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물, 눈부신 태양'이 존재하는 곳이다. 마치 원시의 밀림같은 거대한 숲 속을 걸어들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라오스의 천연 수영장. 라오스 가이드들 말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꽝시폭포라고 한다. 경치도 뛰어나고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무엇보다 사진으로 멋진 여행의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절대 물에 들어가 수영은 하지 않는다고. 나는 이 꽝시폭포에 가게 된다면 무조건 뛰어들고 볼 것이다. 수영을 잘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이렇게나 파랗고 멋진 풍경 안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한 번 받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꽃청춘'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건 '딱밧'이라는 행사였다. 우리의 개념으로 보자면 스님들에게 '탁발'이라고 한단다. 딱밧은 음식을 공양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스님 한 분에게 음식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님에게 조금씩 음식을 나누어 공양하는 조금 특이한 방식을 갖고 있다. 새벽에 통을 메고 사원을 나오는 스님들은 수백명에 이르고, 공양을 하는 사람들 또한 수백에 이르러 이 행사는 장관을 연출하곤 한다. 걸어가는 스님들에게 음식을 통에 넣고 합장을 하는 것으로 라오스 사람들은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스님들이 어깨에 메고 다니는 통은 작기 때문에 모든 스님들의 통은 금방 넘칠정도로 찬다. 한 사람에게 많은 양을 듬뿍 받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조금 떼어 받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딱밧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다. 그렇게 가득 모인 음식은 다시 가난한 아이들에게로 나누어진다. 스님들은 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와있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공양받은 음식을 도로 나누어주면서 사원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먹을만큼만 남겨둔 채 모든 음식을 거리에 나와 있는 아이들에게로 나누어준다. 거리에 나온 아이들은 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꽃청춘의 카메라에 잡힌 아이들의 바구니엔 밥이 한가득씩 모여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십시일반의 사자성어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신기한 행사이기도 하지만 그 나눔이 일반인일 뿐인 내 입장에서는 굉장해 보이므로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이 밖에도 라오스는 한적하고, 오래동안 내려온 불교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 작가는 그런 라오스를 애정을 듬뿍 담아서, 여행하면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덧대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래서 라오스가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라오스를 모르는 사람들이라 해도 조금의 애정을 담을 수 있을만큼, 소박하지만 결코 소박하지만은 않은 라오스를 잘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라오스를 사랑한다는 게 글에서 막 느껴진다.
일상에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라면 어디 멀리 가지 말고 라오스로 떠나보는 건 어떨른지. 작가는 서울의 빌딩 숲속에서 길을 헤매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은 라오스로 떠난다 했다. 자신은 늘 자연과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면서, 그 자연과 사람이 꾸밈없이 존재하는 라오스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작가처럼 빌딩숲을 싫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엔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다듬어지지 않은 흙길,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 사방을 둘러봐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 건물들이 있는 라오스에 가면, 왜인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 멈춘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하며 현재의 나는 얼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조용한 그 곳에 가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