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말 대사전
가켄 편집부 엮음, 박미정 옮김, 나카가와 히로시 & 나카가와 아키코 감수 / 니들북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 집 강아지(이제는 늙은 할배)와 같이 산 지 14년이 넘었던가, 15년이 넘었던가. 무튼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토할때,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다리를 절뚝거릴때, 이유도 영문도 모르겠지만 계속 짖을 때 등등 의사소통이 안돼서 힘들었던 적이 많다. 아마 강아지를 기르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일일테다. 오죽하면 강아지를 붙잡고 "아프면 말을해!!!"라고 소리도 질러봤을까. 10년 정도 같이 살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때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또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시중에 (조금 엉터리 같지만) 강아지 언어 풀이 기계까지 등장했다. 이 말인 즉슨, 강아지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그리 거창한 이유가 아니다. 점점 못 듣고, 못 보고 많이 둔해진 우리집 늙은 할배를 위해서, 좀 더 빨리 할배가 원하는 것을 캐치해 내고 싶어서다. 조금이라도 강아지의 말을 알 수만 있다면 늙은 우리 할배 좀 편안할까 싶어서- 여전히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고집도 쇠심줄 못지않게 세지만 이제 언제 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서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 선택했는데, <강아지말 대사전>은 그런면에서 여러가지로 유용한 책이다. 책은 두껍지 않으나 책 속에는 강아지의 바디랭귀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함께 꾸준히 생활하면서 캐치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들이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카밍시그널'이다. 카밍시크널은 1990년대 노르웨이에서 훈련학교를 경영했던 '투리드 루가스'라는 여성이 늑대에게 있는 '컷 오프 시그널'이라는 것과 유사한 것이 개에게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카밍시그널은 컷오프 시그널과 같이 자신이나 상대를 진정시킬 때 하는 행동이다. 자기 코를 핥거나 하품을 하거나 자기 목을 벅벅 긁거나. 졸려서라거나 간지러워서 같은 1차원적인 행동과 같은 행동이지만 상황에 따라 카밍시그널이냐 아니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적의가 없다는 것을 표현할때도 몸을 긁고 하품을 한다는 사실은 되게 신선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하품을 하긴 하지만) 동생과 내가 싸울때 눈치를 보며 바닥에 배를 대고 앉거나 혹은 우리 둘 사이에 있거나 하는 행동들 모두 진정하라고 하는 행동인 것을 새삼 알고 대견하기도 했다.

 

또한 이유는 몰랐으나 정해진 패턴이 존재했던 행동들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목욕 후에 이불이나 수건에 발라당 드러누워서 온 몸을 부비는 것'은 '몸에서 자신의 냄새가 아닌 다른 낯선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 냄새를 없애기 위한 행동'이고 (그래서 씻긴지 하루만에도 샴푸냄새의 그 뽀송함이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들이댈때 카메라를 잘 쳐다보지 않는 이유'는 '렌즈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이 무서워서'라는 것. 이것은 '싸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라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었다. 늘 엄마 곁에서 (엄마 배게 옆, 옆구리, 얼굴 곁 등등) 희한한 포즈로 잠을 자는 것은 엄마 곁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사람처럼 잔 지는 꽤 됐는데 우리는 그때마다 '이녀석이 사람이랑 오랫동안 같이 살더니 사람처럼 잔다'고 얘기하고는 했는데 그것과는 무관하게 우리 가족이 편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읽어가면서 하나하나 죄다 우리 할배와 대입해보고,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할배가 하는 행동들을 잘 관찰했다가 이 책에서 맞는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 책은 보편적인 강아지의 보디랭귀지를 통한 소통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부터 노령견까지 모두에게 대입이 가능하다. 더이상 반려견은 그냥 같이 사는 동물이 아닌 가족이다. 가족의 마음을 잘 알고 싶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강아지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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