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
하명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시공사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겨울이 다가온 늦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들 중 하나가 에세이를 출간하는 일이었다면서 입을 뗐다.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 중 하나가 내 삶을 본보기로 남의 삶에 훈수 놓는 것, 어쭙잖은 위로를 하는 것이라서 말이다. 사실 에세이의 본질은 그렇지 않지만.. 요즘 나오는 에세이들의 절반은 자신의 삶이 어떠했으므로 당신도 이런 인생을 꿈꿀 수 있다고 훈수를 두는 것이나, 아파야 청춘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이 책의 저자가 한 말마따나 어쭙잖은 위로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읽으면서도 '집어 던지고 싶을만큼'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구름에 둥실둥실 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면서 청춘들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말을 꺼내놓는 에세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어서 얼른 책을 덮어버리곤 한다. 나처럼 배배 꼬인 사람이 에세이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찌됐든 이렇게 배배 꼬인 나에게도 에세이란 장르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쓰는 에세이일수록 (그러니까 글을 잘 쓴다는게 기술적인 면이 아닌 마음적 감성적으로 나와 코드가 맞는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글) 나는 하염없이 헤어나오질 않는다. 푹 빠진다고 할까.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는 기술적으로 보나 감성적으로 보나 참 잘 다가온 책 같다는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밤 삼킨별의 감상적인 사진들도 함께 담겨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의 따스함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한 몫을 한 건 밤별, 밤삼킨별의 사진 덕분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밤별의 사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책엔 그녀의 사진이 그득그득 담겨 있어서, 근데 그 담겨 있는 사진들 모두가 외롭게만 보이는 사진들이 아니었기에 따스함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이 따뜻하다면 외롭게 보이길 바라고 찍은 사진에서조차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고나 할까. 저자의 글과 잘 어울리는 사진들이 곳곳에서 나를 반긴다. 

이런 저런 면에서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인데 눈길이 가는 묘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거창한 게 아니다. 제목이 의도하는 그대로, 아주 일상적이라서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되돌리는 리셋 버튼이 없는 인생이란 것, 삶은 선택의 연속, 그런데 인과응보는 랜덤인 것 같고, 남의 일에만 선수인데, 이기적인 인간인 것을 인정하는 아주 보편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읽다보면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하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처음 읽을 때부터 훅 들어오는 작가의 이야기는 공감이라는 꼬리표를 따로 붙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어디서든 접했을 때 '무조건' 고개를 끄덕일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편적이란 말은 흔하다라는 말로도 종종 치환되기 때문에 그 애매한 줄타기가 관건인데, 가끔은 저자도 흔한 이야기를 꺼내 선을 넘어갈 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잘 해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17p

​살면서 운명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체념을 합리화시키는 도구로써 '운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66p

당신을 원망하지 않으려고 해.

원망해서 당신한테 고통을 주면 하겠는데, 원망하면 내가 고통스럽더라고.

 

81p

상대방을 위한다고 충고하는 것보단

밥 한 끼 사주는 편이 낫다

 

 

 

 

이 페이지는 글이 이것밖에 없었다. 그냥 보고 넘길 수도 있었는데, 나는 한참을 이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그런 기분 있지 않나. 그냥 괜스레 이 문장 "왜 내 진심은 항상 벽에 부딪혀?"에 눈길이 갔다. 지금 나의 상황이 이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요즘 나는 항상 벽에 부딪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던지라. (물론 다른 의미의 벽이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늘 열심히 진심을 담아 보내도 돌아오는 것이 진심이 아닐 땐 정말 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걸 정확하게 포착해서 내 마음에 쿵 박힌 것만 같은 느낌. 사람들은 말한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하지만 통하지 않는 진심이 통하는 진심보다 더 많다. 진심이 통하려면 상대방도 나와 같은 진심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거, 내 마음을 딱 대변하는 말이거든.

 

둘러 보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널리고 널렸다.

아마 나에겐 쿵 하고 오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서 쿵 하고 닿을 말들도 많이 있다.

그 중 어떤 것이라도 이 책을 읽을 당신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