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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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 때 느꼈던 거지만, 이 책 특유의 사각거림이 좋았다.
색이 바란 듯 혹은 하얗게 완전하게 정제되지 않은 듯한 느낌도 좋았고, 보랏빛깔 책은 신비하고 따뜻하고 쓸쓸하게 다가왔다. 작가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는 건 프롤로그를 보고 알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음반을 들어봤던 것도 같은데, 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굉장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책이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을만큼 양양 자신의 이야기가 책 한 권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 느꼈던 것 그때의 감정 같은 것들이 꽤 두서없지만 읽기 편하게 들어차있다. 그것들은 그녀가 겪어온 일들인데 묘하게 공감이 갔다. 내가 겪었던 상황도 아마도 겪을 일도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우리들은 참 비슷한 사람/ 우리들은 참 많이 닮아 있죠/ 우린 비슷한 이야길 안고 살고 있어/ 우리들은 닮은 숨을 쉬네요" 라는 가사가 말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라는 책 제목은 결국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작가는 글을 표현하는데 있어 자신의 맛을 잘 낼 줄 아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은 별 생각없이 툭 뱉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심코 던진 듯한 그 말이 꽤 큰 울림을 만들어내곤 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존재한다. (물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복불복이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

 

무엇인가 그리워진다. 그리움이 그리워서 이렇게 멀리 떠나왔구나.

그리운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아무래도 그리움은 내겐 너무 따뜻하다.

그리움은 꼭 사랑 같다. (118p)

 

찾고 찾고 찾고 찾고 찾고 또 찾아보아도 내가 찾는 게 무언지도 모르겠는 밤이 있다.

그게 인생일 테지.

그것만은 어찌해도 알겠는 밤에는, 우리, 별이나 보자. (195p)

 

어떻게 그렇게 시간이 많냐고?

다른 걸 다 버렸으니까. (265p)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그녀가 하는 이야기들 중에 공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누군가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사람이면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그녀가 적는 그리움은 좀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이려나.

 

 

노래로는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단어들이 있었고,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질감들이 음표가 되어 혼자서 떠다닌다고 이야기 하는 그녀. 하나만 잘 할 수도 없는데 두 가지를 모두 쥐고 싶은 마음을 프롤로그에서 여지없이 드러낸다. 아니 둘이 하나로 섞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듯도 했다. 글이기도 하고 노래이기도 한, 글과 노래 사이의 언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 이야기가 음표가 되고 그 둘이 하나로 섞여 노래가 됐다. 조미료는 전혀 치지 않아 맹맹 혹은 밍밍한 느낌일 수 있지만, 그런 자연스러움이 글을 읽는 입장에서 노래를 듣는 입장에서 참 깔끔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사랑했던 누군가. 사랑하는 누군가. 그래서 그리운 누군가.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이들이 생각난다.

그녀가 생각한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그 사람들이 아닌데 함께 적용되는 이런 말도 안되는 비슷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쓸쓸하진 않다. 그런데 참 비슷하다.

어쩔 수 없이 우린, 참 비슷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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