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결정장애'라는 단어는 요근래 들어봤다. 친구가 군대 간 본인의 오빠에게 보낼 물건들을 고르기 쉽지 않다며 내게 도움을 청해 왔을 때 그때 처음으로 들어본 단어. 사실 나는 이런 단어가 있는 줄 몰랐다. 나는 무언가를 하나 선택하는 데 꽤 오랜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그 선택을 따르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친구의 경우도 그렇고, 넷상에서도 그렇고, 요즘에는 꽤 흔하게 자신을 '결정장애'를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실 '결정장애'라는 요즘 이야기가 책 제목으로 나와 전면으로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뿐만 아니라 출판사 서평 때문에 눈길이 갔던 책- 책의 요약을 참 잘해서 출판사 서평만 읽어도 대충 어떤 내용이겠구나 알 수 있었었기 때문이다. (책을 고를 때 출판사 서평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아무래도 책의 전부를 읽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책을 잘 요약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출판사 서평이 좋은 것 같다) 무튼, 출판사 서평에서 봤던 대로- 이 책은 딱 현재의 청춘들에게 해당되는 책이었다. 유럽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모두가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돼서 유럽이나 우리나 다를게 없는, 글로벌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


결정장애라는 것은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겪는, 선택을 하는데 남의 도움이 없이는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만 아니다. 출판사의 서평을 인용해서 설명하자면 "핵가족화된 가정 환경 안에서 '경쟁'을 빙자한 '개인주의'를 주입받으며 자라왔고, 여기에 덤으로 부모의 과잉보호까지 받는 동안 사회는 쉴 새 없이 디지털 혁신 기술을 내놓으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갔다. 부모 세대가 살아온 방식은 이제 낡은 것, 더 이상 효용성이 없는 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세대는 급변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얻지 못한 채, 어느덧 덩치만 큰 어른이 되어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사람들."을 말한다.


 

이 책엔 이런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겪는, 생각하는, 행동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어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SNS나 사랑, 일에 관한 이야기들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느낄 수 있다. 현대 젊은이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보이지 않는 위기감을.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다.


세상이 좋아졌다.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무한한 경쟁에 내던져졌다. 어떤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세상은 변하고 거기에 따라가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없이 따라간다. 금방 싫증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전전긍긍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싫어 선택을 누군가에게 미룬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아니 없는 것 같다. 누구보다 폼나게 살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심심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메이비족'이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였다. Yes나 No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 애매한 Maybe로 대답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메이비족.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빠른 사회발전이 우리탓이겠는가, 헬리콥터 부모들(자녀들이 다 커도 그 곁을 맴돈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 다 큰 자녀들까지 과잉보호를 해서겠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 때문이겠는가. 과연 이게 어느 하나만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야기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잠도 줄여가며,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많지 않다"고 말이다. 공평하지 않은 시대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겪은 사람들- 부모님 세대때의 '노력하면 누구든 뭐든 가능하다'라는 것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꿈과 희망같은 건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란 말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현실이기를 거부하고만 싶어졌던 느낌이 든 책이었다.

공감되는 내용이 너무나도 많아 나도 메이비족임을 이미 인정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메이비족들은 참 잘 살아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