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대화하기 - 애견 언어 교과서
미동물행동심리학회(ACVB) 지음, 장정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이 굉장히 묵직했다. 목차를 보고 선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나 두꺼운 책이 배송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지.. 단순히 우리 집에 강아지(라고 하기엔 많이 늙은 할아버지 개)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읽어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의해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목차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중 노견에 관해 다룬 부분도 존재하기에 지금 우리 집에 함께 사는 개에게 좋은 팁이 있을 것 같아서의 이유가 더 크다. 물론 책을 읽고 대처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은 집 주변의 동물병원을 자주 드나들면서 우리 집 강아지의 주치의를 만들어주고 수시로 건강체크 하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훈련을 받고나서 같이 사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 강아지는 말썽도 안 부리고 튼튼하게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설사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키우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같이 살고 있는 이들은 '살아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어떤 순간이 다가올 지는 예측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미래의 어떤 상황에 대해 당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상대쪽의 입장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래서 눈이 갔던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적어보지만 역시, 강아지와 대화한다는 게 궁금해서이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모든 애견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일테니 말이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내용이 꽤 본격적이다. 일반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렇게 하세요~' 혹은 '어떤 문제가 있으세요?' 따위의 것들이 아닌, 정확한 실험방법을 기초로 여러가지 행동 패턴을 파악해서 분석한 자료들이었다. 총 14가지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각각 연구한 사람들이 다르고, 하나의 이야기들마다 자세한 용어 설명과 실험방법 설명, 모티브를 뒀던 예시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적혀 있고,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집단이라서 행동에 대한 자세하고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머리말과 서문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을 저술한 집단이 얼만큼 공부를 한 집단이고, 여기에 담긴 글이 얼마나 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인지 말이다. 그래서 얼마나 전문적일지 한 장을 채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게 무슨 말이에요?'라는 박스를 만들어 단어를 설명하고, 마지막 부분에 '함정을 피하고 궤도를 유지하기'라는 소제목으로 간과할 만한 것들과 주의점을 일러주며, '우리가 뭐라고 말했나요?' 부분에서는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부분들을 꽤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다. (앞부분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을만큼의 딱 그만큼의 간추림과 부연설명이다.) 중간중간엔 사진들도 첨부되어 있는데, 실험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인 듯 하다.

 

한 번에 다 읽는 건 딱딱함에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르니,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두는 걸 추천한다. 모르는 용어들과 맞딱드리면 꽤 당황스럽기도 하거니와, 찬찬히 보면서 나와 있는 예시들을 모두 떠올려보고 하는 게 훨씬 내용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에 후루룩 읽을 생각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좋다)

 

강아지들을 집에 데려오기 전 알아둬야 할 강아지들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 가지 행동을 하는 강박행동을 보이는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케이스가 꽤 스펙타클하다. 범위가 넓긴 하지만 세세하지는 않아서, 이 책에서도 강아지가 어떤 문제행동을 보이거든 의학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병원에 가보라고 권한다. 강아지와 같이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강아지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수의사'를 꼽을 정도니 말 다 했다. 물론 모든 문제적 행동이 의학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학적인지 아닌지가 확인이 돼야 원인을 알아서 행동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있었던 노견 부분은 생각보다 분량은 적었다. 그러나 가끔 똘이할배에게도 보이는 증상이 언급돼서 읽으면서 순간 덜컥,하기도 했다. 앓아누운 적이 없는 할배라서 동네의 수의사와는 친하지 않은데, 조만간 할배를 데리고 병원에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CDS라고 사람으로 치면 알츠하이머와 비슷하다고 했다. 강아지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CDS일 확률이 늘어나고 거의 모든 개들이 겪게 된다는 것... 사람이나 동물이나 늙으면 인지기능과 뇌기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불안감과 공포가 늘어나는 등의 행동들은 비슷해 보였다. 예를 들었던 노견들의 경우 14, 15세 정도였는데 똘이 할배가 내년이면 보내게 되는 시간들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반려견은 똘이가 처음이라 우리 가족도 많이 낯설지만, 책에서 언급한대로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강아지의 언어는 의외로 복합적이고 상황에 따라 다의적이기 때문에 주인으로서 그 의미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계적이니 다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잘못 해석한 주인의 잘못으로 서로의 신뢰관계가 깨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강아지에게 귀를 기울이고 바람직한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 주인이나 반려견이나 서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라는 점~

 

안방에서 자고 있는 똘이 할배가 괜스레 보고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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