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단을 신청할 때도 몰랐다. 저자의 책을 내가 갖고 있는 줄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날개 부분의 저자 약력을 읽어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인거다. 게다가 저자가 쓴 책이 무엇무엇이 있다,라고 적혀 있는 곳의 어느 한 책의 이름이 되게 익숙하다.. 생각하기에 왜일까 곰곰히 생각하면서 책장을 보는데- 내가 방금 읽었던 책 제목이 내 책장 속에도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의 오프닝>이라는 작가의 이전 책은 내가 이미 읽었던 책이었다. 근데 이번의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와는 느낌이 상당히 달라서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책의 날개부분을 안 읽고 그냥 지나갔더라면 두 책이 같은 작가가 쓴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갔을 테다. 서평단을 신청할 때 이번에도 역시나 라디오의 대본이라는 것에 홀리듯 신청했었다. <오늘의 오프닝>의 서평 때도 적었던 거지만, 라디오 대본을 조금 고쳐서 옮겨 놓은 책은 내가 마치 DJ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의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는 CD까지 함께 있으니, 정말로 DJ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서평 책이 도착했을 당시 생각보다 딴딴한 느낌에 뭐지? 하고 책을 둘러보았더니 책 속에 CD가 함께 포장되어 있었다. 얼른 뜯어서 플레이해보니 정은아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오디오북이었다. 듣고 있자니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되게 차분한 오디오북이었다.

 

요즘에도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예전만큼 생각만큼 라디오를 듣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심야 라디오를 들어 본 지가 얼마나 됐을까..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라디오는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대신 그 자리를 팟캐스트가 대신하고 있지만 내가 찾아 듣는 팟캐스트는 책과 관련된 팟캐스트들 뿐이라, 주옥같은 문장을 듣거나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조금은 삭막한 느낌도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책장 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묻어오는 감성에 나까지 폭 물들어 버렸다.

 

<오늘의 오프닝>은 감성적인 글보다는 지식 전달, 혹은 세상의 이야기들을 전해줬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남자 DJ의 목소리로 읽히는 대본이었던지라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뭐랄까.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들을만한 그런 대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이 책은 하루를 마감하는 라디오에서 들려올 법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DJ가 정은아라는 같은 여자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여자만이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 감정들이 오롯이 전해지는 그런 책이다. 펼치는 족족 마음에 쿡쿡 박혀서- 왜 이리 가슴에 와서 박히는 글들이 많은지. 나처럼 힘들어 하는 언니에게 바로 소개해줬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언니도 위로 받을 수 있을거야,라는 마음으로.

 

1년 사이에 작가의 필력이 늘었다기 보다, 상황이 좀 더 감상적으로 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사랑을 받고 있다거나, 혹은 사랑을 주고 있다거나. 마음이 힘들다거나 외롭고 쓸쓸하다거나. 많은 대본들 중에 이번에는 이런 느낌들이 모아져 있는 글들만을 추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책에서는 짧은 분량의 글을 맨 첫머리에 적어놓았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들을 뽑아서 먼저 적어놓은 것이다. 그 짧은 문장만 보더라도 앞으로 어떤 느낌의 글이 펼쳐질 지 알 수 있다. 그 짤막짤막한 문장들이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물론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 알고는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인데, 그것들이 한데 모여 마음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하는. 그 짧은 문장들은 당췌 한줄도 버릴 수가 없어서 골라내는 데 애를 좀 먹었다. 이 책은 좋은 구절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첫머리를 쭉 훑으면서 그날 그날 자신에게 맞는 문장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게 바로 좋은 구절이다. 그 많은 구절들 중에 몇 개만 골라내자면..

 

'발레리나가 아침에 일어나 아프지 않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발레리나 문훈숙의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살아온 시간에 상처가 없다면 살지 않은 거나 다름 없다고. (73쪽)

 

사랑이란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빵집처럼 날마다 새롭게 구워야 하는 것. (94쪽)

 

한 밤만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도 괜찮다. 조금 아파도 괜찮다.

한 밤만 자고 일어나면 녹말이 가라앉듯 고요하고 아프지 않은 하루가 찾아올테니. (190쪽)

 

 

 

그리고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 것. "마음 사용 설명서"

 

고통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고, 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할 것.

사랑은 30년 만기 국채를, 그리고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하고,

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둘 것을 권함. (50쪽)

 

 

가만히 보면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누군가가 본다면 되게 시시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시시함이 어느새 쾅 하고 와 닿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마음의 소리는 갑자기 어느 순간 들리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서평을 다 쓰고 나면 이 책을 펼쳐서 다시 찬찬히 읽어보려 한다. 시간을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조근조근하게.. 읽어가다 보면 갑자기 와 닿는 글이 있을테고, 그것이 지금 내가 가장 필요한 구절일테고.

 

이 책이 당신의 마음에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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