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핀란드 여행 - <카모메 식당>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받았다. 서평을 신청했던 이유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책을 쓴 작가에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꽤나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카모메 식당의 주인 역할인 사토미씨가 쓴 책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워낙 내가 일본배우들의 이름과 얼굴 매치를 잘 못 시키는 편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찾아본 바로는, 사토미 옆에 있던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은 편인 아줌마가 지은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 그 사실을 발견하고 내가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모른다. 근데 그 당황을 다 상쇄시킬만큼 책은 재미있고 여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가타기리 하이리씨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세계지도를 펴서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라 무작정 핀란드로 떠나온 대책없는 아줌마로 나온다. 그녀는 일본의 그 어떤 드라마에서든 조연역할로 흔히 볼 수 있는 많이많이 유명한 아줌마로, 김태희씨의 일본 드라마 데뷔작 <나와 스타의 99일>에서도 나온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꽤 비중있는 배우인데,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독자에게 쉽게 읽히는 글은 그만큼 쓰기 어려운 법인데, 하이리씨의 글은 읽기도 쉽고 어렵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여타 다른 여행책들과 비슷한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내용적으로는 핀란드 여행이야기에 가깝지만, 핀란드의 느낌을 소개하는 동안 여러 나라의 이야기들이 핀란드 이야기에 포함되어진다. 그녀가 핀란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여행했던 다른 곳의 비슷한 경험들 또한 전해듣는 것이다. 모든 내용들이 그랬다. 본인이 있는 곳과 비슷한 어떤 경험들을 꺼내어놓고 그 경험들과 지금 경험의 비슷한 점을 찾기도 하고 혹은 다른 점과 인상적인 점들을 서술하기도 한다. 너무도 술술 흘러가는 글 속에서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정말이지 국경을 초월하는만큼이나 다양했고, 그래서 이 책을 쓴 하이리씨는 여행을 너무나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 책은 핀란드에서의 일 뿐만 아니라 끝쪽에는 핀란드에서 돌아온 후 느꼈던 이야기들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막 핀란드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도착한 느낌이라던가, 시차를 극복하지 못했던 일이라든가, 핀란드 특유의 여유로움을 몸에 익히고 돌아와서 당황했던 일이라든가. 책의 처음은 핀란드로 떠나기 전 여행에 관한 간단한 감상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책의 끝은 핀란드에서 돌아온 후의 이야기들로 마무리 된다.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읽었었는데, 아무리 봐도 정말 잘 쓴 책이다. 중간중간 피식거리게 만드는 유머는 더욱더 가타기리 하이리씨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 이것을 1리터 주세요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한 말부터 먼저 외우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사용할 기회가 많은 말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 나라에 도착하면 먼저 '안녕하세요''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맛있다'는 말을 빨리 배운다. 딜리셔스 delicious! 사브롯소 sabroso! 맛있다! 호우메이야! 휘바 hyvaa! 대체 몇 개의 '맛있다'를 기억하는 건지. 핀란드어인 '휘바'는 영어의 'good'에 해당하는 말이다. p.21

 

그러고 보니 핀란드어로 '사랑한다'는 뭐라고 하지? 한 달 살면서도 한 번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금 막 깨달았다.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