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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편지 - 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신정일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눈물편지>는 기본적으로 나의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의 글이다. 사람이 사람을 잃어버리고 난 뒤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곤 한 가지 뿐일테다. 그건 성현이고 왕이고 양반이고 백성이고 다를 수가 없다. 사랑하는 내 친구가, 내 자식이, 내 아내가, 내 형제가, 내 스승의 죽음에 그 누가 다른 반응을 보일 수가 있겠는가. 이 책은 슬픈 상황에서 그네들이 남긴 글들을 통해 얼마나 죽은이를 그리워하는 지를 알 수 있도록 풀어낸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다뤄지는 것은 슬픔-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은 의외로 꽤 없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것 말고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문인들은 뭔가 다른걸까. 슬픔을 글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슬프다면, 그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 이런 글을 써 낼 정신조차 없을텐데- 의연하게 붓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갈 정신을 갖고 있었다니 말이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는 순간 그런 의문은 사라졌다. 글 속에서는 슬픔이 뚝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담아 슬픔을 적어내려갔다. 조선시대 양반이라는 계층의 사람들은 신분의 특이성 때문에 점잖은 척을 해야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울어제끼는 것은 할 수 없을 터... 하지만 글로는 울고 있었다. 눈이 부어 떠지지 않도록.


사실, 글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웬만해서는 감동하기 쉽지 않다. 내가 처한 상황이 읽는 이에게 어떻게 전해지는 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슬픔에 취해서 쓴 글은 유치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들이 쓴 글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름다운 글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글로써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들의 글 실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문인'이라는 것 자체가 글을 쓰던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대체로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연군가 혹은 철학가 등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유배지에서 맞은 죽음의 소식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늘상 책으로 배울때 나라를 위해서 유배를 가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충신들 또한 자신과 깊게 관계하던 누군가가 죽으면 슬퍼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엄청 당연하게 그랬을 텐데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후세에 대단히 이름이 알려지는 이들이라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
별로 신기한 발견도 아닌데 단지 이 하나만으로 이들과의 친근감이 더해지는 건, 이들의 약한 모습을 봐서일까..

책을 읽는 내용과 해석 같은 건 어렵지 않았으나, 글을 읽는 내내 어렵다 느껴진건-
나는 살면서 아직까지 내 주변의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낸 적이 없기 때문일게다.
개인적으로는 다행인 일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깊게 공감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훗날,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는 날이 오면 이 책을 보면서 펑펑 울 수 있을까...
아쉽게도 글의 끝까지 이해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