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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MBC 9시 뉴스데스크 전 앵커 신경민씨의 책- 그의 뉴스 클로징 멘트들을 두근두근 하면서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의 책이 반갑지 않았다면 거짓말. 언론의 탄압이 '보이지 않게' 심했던 시간들동안 거침없이 말하는 그를 보면서, 어찌보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에 적힌대로- 적어도 내게는 '바른 언론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근데 책에 대놓고 이리 쓰여 있으니 좀 웃기기도 했다. 대놓고 본인자랑 같아서;;) 내 처음 생각처럼 글은 참 말끔하다.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기자 출신의 글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고나 할까.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정나미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딱 떨어지는 글은 저자의 융통성 없는 성격까지도 보이는 듯 했다.

책은 애초에 '정부에 대한 쓴소리' 혹은 '내가 겪은 권력 이야기'에 대해 할 거라고 단언하고 시작한다. 내가 겪은 것을 모두 풀어놓을테니, 이것을 보고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것인가?라고 묻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역시나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많이 불편했다. 내가 아직은 맛보지 않았던 직장내의 권력이야기니까 약간은 흥미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는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씁쓸했다. 흥미보다는 씁쓸함이 더했다. 호남에 대한 이야기, 좌파에 대한 이야기, 줄서기에 관한 이야기, 지연 학연 등 각종 연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압력에 관한 이야기. 아직은 내게 많이 생소한 이야기이지만, 언젠가는 내가 겪게 될 지도 모르는 위계사회에서의 질서이야기.
책 속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고, 모두 일어난다는 생각을 하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곧 겪게 될 지도 모르는 미래인데, 그런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의 좌절도 뒤따랐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서서 불쾌함을 지켜보자니 썩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왜 저자가 겪은 일을 나열해 놓았을 뿐인데 읽는이가 기분이 나빠야 하는 것이냔 말이다. 아마도 그건 나도 겪을지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이 만드는 '기분을 나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서전의 성격이 깊은 이 책으로 '우리 사회가 무조건 썩었다'라는 섣부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바른 언론인이라고 할 지라도 저자가 중립을 잃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최대한의 객관성을 살린다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새 감정이 들어가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중립을 잃은 몇 부분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라건대, 앞으로는 개념사회라는 단어에 걸맞은 사회로 서서히라도 변모해 주었으면. 지연 학연따위의 줄서기나 연줄로가 아니라 적어도 실력으로 어떤 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