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긴 글렀다 -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우는 법
김가혜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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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유행하던 '눈물 셀카'가 급작스럽게 생각나는 책 제목이었다. <예쁘게 울긴 글렀다>라니. 굳이 따라해 본 적은 없지만 울면서 예쁘다는 건 배우들이 드라마 속에서 흘리는 눈물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왜 이렇게 단호하게 단정짓냐면, '예쁘게 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울 때 누가 자신의 표정을 생각하겠느냐마는, 나는 우는 내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느 날, 고등학생이던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정말 아이처럼 소리내 엉엉 울었었다. (아마도 집에 혼자 있게 된 원인이 울었던 이유같은데 이유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엉엉 울었더니 목이 아파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가는데 화장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도 엉엉 울며 찡그린 내 얼굴만은 제대로 봤었다. 그때 느꼈다. 아, 드라마 속 배우들이 우는 얼굴은 잘 꾸며진 모습이구나, 감정이 앞서면 얼굴따윈 온전해(?)질 수 없구나, 같은 것을 말이다.



내가 서두에 왜 우는 이야기를 꺼냈느냐. 그건 바로, <예쁘게 울긴 글렀다>라는 에세이는 울었던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어서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로마와 이집트에서 만들었던 '눈물 모으는 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울 일이 생기면 눈물을 모아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가 가족이나 친지 중 누군가 죽으면 그 눈물들을 모아 함께 매장했던 풍습이다. 우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위로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의 풍습을 생각하자니, 지금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엄마가 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빠는 아예 본 적도 없다. 아마도 내가 보지 않을 때 몰래 울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것도 확실히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지금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점점 울지 않게 된다. 우는 것이 나약해보이기도 하고, 부끄럽고 창피하고, 들키면 안될 것 같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지 말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별이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정설로 내려오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내어놓고 '운다'는 건 꽤 보기 힘들다. (술 먹고 우는 건 제외!) 하지만 이 책 <예쁘게 울긴 글렀다>는 이런 현실 속에서 누군가 울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익명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친구부터 작가 자신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모아도 요구르트 한 통을 못 채울 눈물은 고작 해야 몇 그램이지만, '어린아이'를 가둬놓느라 눌러둔 마음의 돌덩이는 내 삶을 짓누르는 무게였다.(105쪽)


사람들은 가슴에 눈물을 막는 둑을 쌓아 둔 채 혼자서 섧게 삭이고 있는 듯 하다. 눈물 흘린다고 뭐라할 사람 없는데도. 속을 꺼내보이는 걸 잘 못하는 특성이 이렇게 진화하는 것 같긴 한데, 이거이거 곪으면 아주 안 좋다. 고치기 힘든 마음의 병이 되어 버린다.


작가는 이 책을 '종이로 만든 눈물병'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누군가 앞에서 우는 게 여전히 좀 부끄럽다면, 나만의 종이로 만든 눈물병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속을 뒤적거리며 글로 풀어가다 보면 상처를 마주할 수도 있을 거고, 그렇다면 그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눈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새살이 날 수 있는 반창고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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