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걷다
한여울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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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걷다>는 제목에 마음을 뺏겨 읽게 된 책이다. 연달아 읽게 된 책들의 제목에 ‘울다’라는 동사가 들어간 것은 퍽 우연이었겠으나(서평책을 신청한다고 모두 선택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뭔가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었던 건, 요즘 내 마음 속 얼마쯤은 ‘울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받아본 책은 바다처럼 파랬다. 꼼꼼히 같은 톤으로 균일하게 칠해진 게 아닌, 누군가 손으로 칠한 듯 번진 것 같으면서 바랜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의 첫 느낌이 좋았다. 책 표지에 적힌 '나 자신이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과 퍽 잘 어울리는 표지색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울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따뜻한 햇살만으로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몇 방울의 빗방울이, 바람이, 약간의 먼지가,
거친 흙이, 그를 더 단단하고 찬란하게 만든다.(4쪽)


프롤로그에 적힌 이 문단을 보며 생각했다. <울면서 걷다>는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울면서도 걸어갔던 작가의 이야기겠구나.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던 작가의 '길 위에서 울었던 시간들'이 담겼겠구나. 언뜻 예상되는 이야기들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나오려나.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외면'은 '버림받다'의 다른 말이란 것을, 알았다. (10쪽) 
이런 종류의 가슴을 쿵, 때리는 문장도 있고,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리고 싶은 욕망으로 그득하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지독하게 게을러서 빌려온 책도 채 읽지 못한다. 투지는 있는데 의지가 없다. (31쪽)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청각 거리를 둔다. 까칠해진 마음이 둥글게 다듬어질 때까지 몸을 웅크린다. 그리곤 잠을 청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은 방법이다. (39쪽)

어? 이거 난가? 싶을 정도로 닮은 모습도 책 속에 있었다.


또한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찍고, 그리 화목하지 않은 가족들이 있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작가의 모습이 책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자세한 설명보다는 감정들이 한가득 놓여 있어서 꽉 차지 않은 느낌도 있지만, 그 빈공간을 자그마하고 커다란 그림들이 채워주는 느낌도 들었다. 그림에세이답게 매번 등장하는 그림들은 그 당시의 작가를 상징하기도 하고, 뭔가 추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못생긴 그림'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라 작가의 그 말에는 살짝 반기도 들어본다.


작가가 사랑이야기를 잘 쓰는 느낌은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앞쪽 파트들이 더 좋았다. 울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던 나날들의 이야기들 말이다. 상처에 다정하게 말을 걸고, 나의 아픔을 직시할 줄 알며,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는.


자주 이런 상황을 마주하는 내 모습을 살짝 옮겨보며 글을 마친다.


아, 하기 싫다.
아니야, 해야지.

일단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으면 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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