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고영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이란 제목을 딱 봤을 때, 현재 힙한 스니커 트렌드를 보여주는 줄 알았다. 현재 어떤 브랜드의 스니커가 인기가 있고, 어떤 추세이며, 앞으로의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지를 스니커들의 변천사와 함께 정리하는 책. 하지만 제목만 보고 예상한 내 모든 생각들은 전부 틀렸다.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은 스니커를 소개하는 책은 맞지만 현재의 트렌드나 트렌드 예측 같은 내용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까? 관심이 계속되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으며 지식을 쌓게 만들고, 소유하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며, 이것들은 내 시간과 노력까지도 많이 잡아먹는다. 여가시간을 좋아하는 것을 위해 쓰면서 충만한 만족감을 갖는 것- 좋아하기에 시간과 노력과 심지어는 돈까지 들여가며 전문가들 못지 않은 전문 지식까지 쌓는다.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속에 등장하는 10명의 마니아들도 전문 지식까지 술술 풀어놓는 자칭 타칭 스니커 전문가들이다. 


10명의 마니아들은 자신의 컬렉션 중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은 10켤레씩을 그리 길지 않은 코멘트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코멘트는 자신이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 스니커라든지, 현재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획기적인 스니커라든지, 스니커의 판도를 뒤흔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니커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스니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해당 스니커에 얽힌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하거나 대개 이야기의 방향은 둘 중 하나지만, 그 어떤 스니커도 이야기가 겹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긴 할까 같은 엉뚱한 생각을 했을 정도로, 생각도 사연도 각각 다른 100개의 이야기를 읽는 건 흥미로웠다. 내가 보기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그 스니커들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어글리 슈즈'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발렌시아가 트리플 S의 이야기가 가장 즐거웠다. 다른 스니커들에 비해 이 이야기는 하나의 슈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트렌드를 이끈 슈즈에 대한 이야기였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어글리 슈즈의 시작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어글리 슈즈를 봤을 때와 많이 익숙해진 지금의 어글리 슈즈는 그 느낌부터가 많이 다른데,(사실 처음 어글리 슈즈를 보면서 '뭐 저런 신발을 신어?'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외려 그 투박함이 예뻐 보일 때도 있어 가끔은 나도 당황스럽긴 하다.) 유행을 이끌기 위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아니었으나 유행을 선도하게 된 스니커를 보니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마니아들의 짧은 인터뷰다. 10켤레의 스니커를 소개하기 전, 스니커 컬렉터를 소개하는 간단한 인터뷰(질문 5개)가 있는데, 짧은 답변만으로도 이 사람은 스니커를 이런 마음으로 모으고 있구나 라는 걸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스니커를 같이 컬렉팅하고 있음에도 서로 매력이라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모두 달랐던 것도 흥미로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지만 뭔가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의 일종의 자부심같은 것도 조금은 느꼈던 것 같고. 


사실 콜렉터들도 그들의 시작은 그냥 스니커가 좋아서였을 거다. 하나 둘 스니커를 사게 되고, 정보를 모으면서 지식을 쌓다보니 그 분야에서 전문가의 뺨을 칠 정도가 되었을 뿐이다. 책에 등장한 10명의 프로필을 보면 스니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좋아해 그 분야에 자타공인 전문가가 되어 정보를 나누는 위치에 서는 것. 얼만큼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자신의 정보를 나누며 더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푹 빠져있을 만큼의 열정이 아직까지 나에겐 없는 것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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