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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치질 않니? - 38만 명을 진단한 전문의가 알려주는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법
히라타 마사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잦은 다이어트와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당연하게도 나한테는 변비가 있었다. 그래도 변비라는 것에 딱히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화장실을 갈 때마다 변을 밀어내기가 힘들어졌다. 딱딱하게 굳은 변을 밀어내는 건 생각보다 너무너무너무 힘이 들고 아팠다. '아, 똥 안 싸고 살고 싶다!' 이 당시에는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화장실 가는 게 싫어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 난 뒤부터는 건강기능식품인 유산균을 챙겨먹게 됐다. 유산균이 배변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건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 또한 레몬밤이나 새싹보리 분말도 챙겨먹고 있다. 그냥 채소를 섭취하는 것보다 몇 십배나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고 해서다. 매일 무언가를 챙겨서 먹어야 한다는 게 퍽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1년 가까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변비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고 딱딱한 변을 마주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노력이 빛을 발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변비는 치질과 떼놓기 힘들다. 이 사실을 변비가 심했던 그 당시에 알게 됐다. 변비에 대해서 검색해 보던 도중 연관검색어에서 치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변비가 치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던지.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한동안 개그소재로 써먹어 익숙한 그 치질이라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던가. 치질은 곧 수술이라는 자체 결론을 내렸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치질을 꽤 편파적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다. (유산균을 들인 시점이 이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치질 관련 책을 읽게 됐다. <왜 고치질 않니?>라는 중의적 제목을 가진 책이다.
'나 치질 있소!'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항문외과에 방문하는 것을 당연하게 쉬쉬하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검색해봐도 단편적인 이야기들 밖에는 발견할 수 없다. 당연하게 어떤 치료 방법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저 치질은 수술이라는, 내가 잘못 도출한 결과만을 맞닥뜨릴 뿐이다. 그래서 <왜 고치질 않니?>의 이야기는 퍽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치질은 성인의 70퍼센트가 앓는 '국민병'이라는 점, 환부의 특성상 치료를 미루거나 병을 방치하거나 혹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숨은 환자'가 많은 점, 오늘날 치질은 '수술없이 치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진료 지침입니다.(68쪽), 치질이라는 질환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급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70쪽) 등등 등장하는 내용들 모두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깡그리 무너져내렸다. 저자는 87년부터 항문외과 의사를 하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의 말이 거짓일리 없으니, 내가 치질에 대해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것들은 완전히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였다. 저자는 치질에 대한 정확한 용어와 시술과 수술 방법, 치질과 비슷하지만 다른 병의 종류, 치질을 스스로 고치는 방법, 치질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을 전달한다. 특히나 치질의 원인을 8가지로 나누고 사례들을 만화로 설명한 부분은 정보를 쉽게 전달받을 수 있어 유익했다.
저자는 "인간의 몸은 3개월 주기로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 의지를 품고 3개월간 노력하면 자가 치유력이 발휘되어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건강한 세포로 다시 태어난다. 이에 치질 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123쪽)" 인간의 세포 재생주기를 치질 치료시기로 상정한다.(기본이 3개월이다.) 비수술적 흐름에 맞춰 원인에 따른 해법을 3개월간 꾸준히 노력하게 함으로써 자가 치유력으로 치질을 치료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라는 것들은 특별하지 않다. 치질의 원인이라는 것이 어쨌든 일상생활 속 잘못된 습관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그것들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아주 기본적인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 '이런 것 가지고 되겠어?' 싶지만, 병의 치료는 역시나 백 투 베이직,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싶다.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역시나 변비에 관한 부분이다. 치질 관련 책을 봤는데 신기하게도 내 관심사인 변비를 해소시킬 방법들이 자세히 실려 있었다. 9가지의 솔루션 중에 실행하고 있었던 게 3~4개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 잘 걸어왔구나 싶어서 내심 읽으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새로 알게 된 부분들은 시도해 봄직하게끔 간단하니 기존의 솔루션과 함께 병행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변비도 나아지고 더불어 치질의 위험도 줄일 수 있으면 일석 이조 아니겠나. (식이섬유가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뉜다는 것도, 어떤 종류건 변비해소에 좋다는 것도, 해조류나 콩가루, 푸룬 등에도 풍부하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다.)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면 바로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167쪽)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문장이 답이다. 병을 키우지 말고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다면 바로 진단을 받아 보는 것. 아무리 자가 치유력을 바탕으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 해도, 전문의의 도움 없이 임의로 행동을 하는 것은 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꽤 작고 얇은 책인데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알차디 알찬 <왜 고치질 않니?>. 치질을 갖고 있는 환자도, 잠재적 발병 가능 환자도, 치질에 대해 제대로 알아 보려면 이 책이 답인 듯 싶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잘못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