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한국사 - 한국사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한국사능력검정 자격이 필요해 시험을 꽤 여러번 봤다. 역사는 자신있다며 시험을 만만히 보고 공부도 대충한 처음은 불합격이었지만, 마음을 단디 고쳐먹고 본 다음 시험에선 당당히 고득점 획득!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가서도 커트라인을 여유있게 넘겼었다. 그래서 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참 어렵다는 것을. 사실 굉장히 어렵다기보다는 아는 사건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그럴듯한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도록 문제가 출제되어 그렇다. 그러니 어떤 것을 알아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대다수는 그저 암기를 한다. 효율적으로 암기를 하든 무턱대고 암기를 하든, 한국사는 기본적으로 암기과목이다. 요 근래 <역사저널 그날>에서 봤던 ‘헤이그 특사’를 예로 들어보면, 일단 헤이그 특사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 헤이그 특사란 무엇을 일컫는 말인지, 이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무엇을 했었는지, 언제 (몇년 몇월 며칠) 일어났는지까지. 그 다음엔 헤이그 특사의 전후엔 어떤 시대 상황과 사건들이 있었으며, 헤이그 특사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그 전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것들을 어설프게 알았다간 다른 사건과 합쳐져 그럴듯한 지문으로 탄생했을 때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한국사의 어려움이다.


기출문제를 많이 보면서 문제의 유형을 알아나가고,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고득점의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 공부를 그렇게만 해서야 역사의 즐거움을 알 수나 있을까. 그래서 작고 두툼한 <족집게 한국사>라는 책이 등장했다. 이 책은 현직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저술했다.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흥미롭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저자란 말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한국사를 익히자’라 이야기한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과 배경을 먼저 알게 하고, 거기에 역사 속 숨겨진 재밌는 이야기를 더하고, 표와 사료를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 14년간 교사로서 터득한 효과적인 역사 교육방법이란다. <족집게 한국사>는 이런 저자의 교육 마인드를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한국사와 관련된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는 부담 없이 읽으면서도 학습하는 효과를 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니 한 번 믿어보면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엔 총 100가지의 사건들이 시간 순서대로 실려있다. 선사시대를 공부하면 보게 되는 늘 반가운 ‘흥수 아이’부터 가장 최근인 5.18 민주화운동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사건은 100가지 뿐이지만, 여기저기 함께 있는 표와 사료에는 그보다 많은 내용들이 함축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5~6쪽 분량으로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들로 사건과 연관짓게 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된 이야기의 주제에 포함된 시대와 사건과 중요도를 별표로 표기했다.


책을 읽다보면 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교양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나의 주제를 단순히 암기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인과관계를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4번째 ‘삼전도비를 왜 보존해야 하지?’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보면 역사적 사실과 사료 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까지 살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때보다 뭔가 자유롭고 암기의 압박이 좀 덜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핵심사건 100가지로만 시험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술술 읽히는 글들 사이에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과 사료들은 분명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들이라는 거다. 어렵지 않게 풀어써져 있는 한국사 이야기책이니, 한국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한국사 공부가 엄두도 나지 않는 이들에게 한국사 맛보기로도 좋겠다. 한국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를 제공하는 책, <족집게 한국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