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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풀 Joyful -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잉그리드 페텔 리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왜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서.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면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지, ‘내가 왜 행복하지?’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테니까. 더군다나 즐겁고 행복한 감정은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보다 유지시간이 길지 않다. 이 충만한 기분을 오래 붙잡을 수 없다면 최대한 만끽하는 게 나한테 이득이다. 행복이 가까이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인생에서 맞는 행복은 왜인지 멀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서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흥미로웠다.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행복'이라는 제목 위 알 수 없는 문장과 함께, 사람의 감정을 연구해 행복이 결코 손에 잡히지 않고 멀리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 책 <조이풀> 말이다.
고대 철학에서 현대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즐거움이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9쪽)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 잉그리드 페텔 리는 사람들이 물질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순간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즐거움은 찾기 어렵지 않다. 사실 즐거움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11쪽)'고 말이다. 결론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패턴을 찾아 나가는 중 '즐거움이란 감정은 실체가 없고 설명하기 힘들지언정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사실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건 디자이너들이 미학(aesthetics)라 부르는 것'(13쪽)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깊은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10가지의 '즐거움의 미학'을 찾아냈고, 책은 그 10가지를 설명하며 많은 예시들을 통해 미학과 감정의 관계를 짚어본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의 먼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물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비결과, 작은 변화로 평범한 물건과 장소에 특별한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즐거움은 당신의 손가락 끝에 있다."(15쪽)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앞에서 밝힌 즐거움의 미학 10가지가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인지, 3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행복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물질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선명한 색과 빛, 풍부함과 다양성, 자연과 야생, 균형과 대칭과 흐름, 원(혹은 동그라미), 예상치 못함과 엉뚱함, 공중에 떠 오르는 것과 떠 있는 것, 환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바람이나 중력), 축하, 재생. 나열된 10가지의 미학들은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자라면서 한 번쯤은 보거나 느꼈을 법한 벚꽃 축제(꽃의 재생), 생일파티(축하), 모빌이나 바람개비(눈에 보이지 않는 힘),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동그란 눈(원), 베란다에 있는 화분(자연), 무지개(풍부함),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빛) 등등. 일상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금도 곁에 있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감정을 건드려 행복하게 만들어준단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의구심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신의 연구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경험 속에 있던 일화들도 꺼내어 섞기도 한다. 쉽사리 납득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려한 글솜씨로 쓰인 책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자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팍팍한 삶 속에서 조그맣게나마 행복을 피우기 어떤 행동들을 일컫는 말. 책을 다 읽고 나니 '소확행'이 떠올랐다. 저자가 연구한 '일상적 공간과 물건이 어떻게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같아서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열심히 검색해 찾은 예쁜 디저트 한조각을 입에 넣는 걸로, 반신욕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곤한 하루 끝 따뜻한 물에 좋은 향의 입욕제를 넣고 몸을 담그는 걸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이 가득한 북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많은 책을 읽는 걸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낸 저녁을 먹는 걸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치던 먹던 것이라도 소소한 이벤트 하나로 행복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나를 위한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깨달음,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