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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 어차피 하는 청소 힘들이지 않고 확실하게
마쓰모토 다다오 지음, 한진아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4월
평점 :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청소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빨래나 청소나 설거지 같은 일들은 하고 나면 기분이 뽀송해진다. 뿌듯하기도 하고, 깔끔하고 깨끗해진 것이 눈에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지 않나. 동선도 길고,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피곤하고, 그런데 해야할 일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것 같고, 특히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게 별로다. 매일 같은 일을 해야하니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런데 지난 겨울, 독감을 일주일 정도 심하게 앓은 이후 2달 가까이 기침을 달고 살았다.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진찰을 받고, 상황에 맞춰 약을 자주 바꿔봐도 기침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오래 고생했었는데, 집안의 먼지같은 것들도 감기를 오래 지속시키는 이유라는 말을 담당 의사선생님한테 듣게 됐다. 그래서 "아, 주변환경을 배제한 채 나혼자 몸을 챙긴다고 면역력이 돌아오지 않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후 청소는 내게 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다 눈에 띈 책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저자는 자신의 일을 "나는 30년간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청소 일을 해왔다. 병원에서의 청소란, 먼지나 진드기로 인한 피해나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청소에 있어서는 가장 까다롭다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오래 전문가로 활동해왔다고 어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못했던 일화부터 먼저 꺼내며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청소하면서 놓친 조그마한 먼지마저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에서 가장 자주 본 단어가 '주의해야 한다', '감염 위험이 커진다' 등등이었다. 집안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내용들. 책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니 알겠더라. 청소는 꽤 전문적인 분야다. 조건과 필요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세제나 기구의 종류도 달라야 하고, 닦는 방법도 꼭 지켜야 바이러스나 먼지들이 제대로 닦였다. 저자가 언급한 방법대로 청소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청소'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진짜 청소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인 경우가 많았다. 별 생각없이 했던 행위들이 세균을 처발처발한다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불구, 읽어보면 누구나 한 챕터당 한 번씩은 놀라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은 부엌 부분이다. 아무래도 딸이다보니 내가 설거지와 부엌 청소를 도맡아 하다시피 하는데, 내가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 퍽이나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특히 식사 후 설거지 거리를 물에 담가두고 몰았다 한꺼번에 설거지하는 경우! 아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몰아서 설거지하기를 생활화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식기를 반나절만 방치해도 4~9시간 동안 싱크대 안에 잡균이 증식하게 되고, 이는 그릇을 닦는 행위만으로는 제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그렇다고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 건 잘 닦이지 않는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책을 읽으며 둥둥 떠다녔다.
물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어떻게 청소를 하면 좋은지, 어떤 세제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청소하는 순서, 청소하기 적당한 온도 같이 세세한 부분을 도표로 깔끔하게 정리도 해 두었다. 더불어 어떻게 청소를 하는 것이 세균과 먼지를 몰아내는 방법인지도 상세히 적혀 있다. 인과관계보다 지금 당장 청소에 관한 팁이 필요하다면 3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조건 청소를 구석구석 열심히 해야한다!'같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건강을 지키는 청소법'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것과 공존하면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청소를 매일 구석구석하라는 조언같은 건 하지 않는다. '적당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큰맘 먹지 말고 하자.'가 자신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는데 어찌 마음이 혹하지 않겠나. 청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으니, 이젠 실천해볼 차례다. 적당히 큰맘 먹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