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경이 왜 이래 -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최병무 지음 / 라온북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자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주변에 벗어놓은 안경을 더듬더듬 찾는 일이다. 대체로 침대 헤드부분에 걸쳐놓는데, 자기 직전의 포즈에서 안경만 빼내 걸쳐놓는 거라서 어디였는지 제대로 기억 못할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더듬더듬 머리 맡을 손으로 훑어 안경부터 찾아쓴다. 안경을 쓰면 세상이 또렷하게 보인다. 포토샵으로 블러를 먹인 듯 뿌옇게 형체만 보이는 물건들이 안경을 씀으로써 제 모습을 찾는다. 매번 생각해도 새삼 신기한 광경이다.


안경을 쓰고 산 날이 안경을 쓰지 않고 산 날보다 많아졌다. 위험한 움직임을 하거나(예를 들면 놀이기구를 타거나 몸이 부딪힐 일이 있는 운동을 하거나) 자거나 샤워하는 순간을 제외하곤 안경을 벗는 일은 없다. 언제나 착용하고 있고, 안경의 무게도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해졌다. 내게 안경은, 그냥 눈이나 다름없다.


성장기엔 안경을 반년에서 1년 단위로 하나씩 바꿔왔고, 지금도 1~2년에 하나씩은 바꾸는 것 같다. 그동안 바꾼 안경이 몇 개나 될까. 그런데 그렇게나 많은 안경을 써왔으면서 정작 안경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딱히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답인 것 같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으니까.


<내 안경이 왜 이래>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안경이 시력 보정 도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평소 안경을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거나 의문이 들고 불편했지만 정보가 부족했던 안경 사용자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줄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작은 따옴표 속 문장들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직접 적은 내용들이다.) 또한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1~2년에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게 안경사지만 실상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자도 안경사이기에 필연적으로 안경사에 대한 자세한 직업적 소개도 같이 등장한다. 안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여기저기서 느껴져서 저자가 약간 귀엽게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3장이 가장 내게 유용했다. 평소에 알고 싶었던 안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한데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을 만드는 과정이나 안경테의 구조와 소재 같은 경우는 휘리릭 읽고 지나갔지만, 그 이후 안경렌즈 압축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안경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내게 잘 맞는 안경을 찾기 위한 피팅 방법이라든가의 경우는 안경 쓴 이들에겐 유용한 내용들이었다. 안경을 빼서 관찰하면서 읽기도 하고, 직접 책에 나와 있는대로 피팅해보기도 하고. '안경 1년 써도 새것처럼 쓰는 관리 노하우' 중 몇 가지는 눈에 잘 보이는 데다 따로 적어둬야겠다 마음 먹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4장도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유용한 내용이었는데, 각자의 얼굴에 잘 맞는 안경테를 고르는 방법이었다. 이 부분을 통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은 온테에 웰링톤형 셰이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안경상식은 쉬어가는 코너로 퍽 흥미로웠다. 최초의 안경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눈 건강을 돕는 운동법이라든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안경을 많이 쓰는 이유라든지, 눈도 주로 사용하는 눈이 있다라든지. 쉬어가는 코너인 안경상식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다 흥미가 동할만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그냥 넘기지 않고 꼼꼼히 읽었다. 뭐 중요한 내용들은 아니라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안경을 꼭 쓰게 된다. 에필로그에 적힌 문장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은 인간이란 시간의 흐름 그러니까 노화 앞에선 무력한 존재이기에 '말도 안 된다'며 마냥 부정할 수만도 없다. 지금은 쓰지 않더라도 앞으로 써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안경을 쓰고 있다면 더더욱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안경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말고 정확한 안경 정보를 알아보고 싶다면 <내 안경이 왜 이래>를 읽어보길 권한다. 쉽게 읽히지만 유용한 내용들이 가득한,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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