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라이팅북은 처음 인기를 끌던 때부터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여전히 인기인가보다. 오늘 고른 책 <매일, 시 한 잔>은 시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라이팅북 성격도 같이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캘리그라피와 시의 만남이라는 카피가 흥미있어 관심을 가졌던 거였는데 생각지 못한 덤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들 중에서 마음에 꼭 드는 시를 골라 나만 알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이 작업에는 내 시간과 노력이 좀 많이 필요해서 자주는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골라 놓은, 여러 시인의 시들이 함께 있는 시집을 즐겨 읽는다. 너무 유명한 시들만 모아둔 책보다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시가 함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모두 마음에 들리는 없겠지만 조금은 편하게 시를 골라낼 수 있어서다. 시를 고른 누군가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매일, 시 한 잔>도 유명한 시인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들이 더 많다. 윤동주, 김영랑, 나태주, 릴케, 한용운 등등 잘 아는 이름들의 낯선 시들이 나를 맞이한다. 검색해 봐도 전문을 올려놓은 블로그나 까페만 보일뿐, 별다른 것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시들이 많았다. (모든 시를 검색해본 건 아니지만.) 바로 내가 선호하는 지점이다. 그 중에서 몇 구절 옮겨 적어본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치자꽃 설화 / 박규리 (26쪽)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02쪽)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선우사 / 백석 (184쪽)



"시를 읽다가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좋아하는 펜을 잡고 차분히 적어보세요. 단어도 좋고 내 느낌을 적어봐도 좋아요. 오늘이 아니면 절대 오지 않을 이야기를 새겨보세요."

책의 맨 처음, 일러두기에 적힌 <매일, 시 한 잔>을 읽는 방법 중 하나다. 그냥 스쳐가는 수많은 날들 중 '오늘'은 다시 오지 않기에, 책은 현재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 혹은 단어를 적으며 그날의 생각을 적어두는 일을 제안한다. 하나의 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 닿을 수 있음을 일러두는 말이다. 정답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어리석어보이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시'니까.


단순히 글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을 읽어내는 일. 작은 책 한 권으로 할 수 있는 큰 생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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