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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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1cm의 특별함을 찾아내는 작가 김은주. 그녀가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1cm를 이야기하며 돌아왔다. 신작 <너와 나의 1cm>는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너'와 '나'의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설렘과 행복과 조금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엔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라는 예쁜 부제도 붙어 있다.

이번 <너와 나의 1cm>는 이전의 김은주 작가의 책들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 그동안은 '나' 하나만이 주인공이었다. '나'라는 존재의 우울, 희망, 위로, 사랑, 행복, 슬픔 등 나로 비롯된 많은 감정들이 책에 담겼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첫 책 <1cm>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1cm의 시선이었다) 이번엔 '너'와 '나' 주인공이 둘이다. 나와 너만 아는 이야기, 남들이 보는 우리 이야기 등 관계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너로 인해 바뀐 나, 나로 인해 바뀐 너, 함께라서 바뀐 시선은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어 사랑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1cm의 숨겨진 틈을 보여준다. 그리고 숨겨진 틈을 통해 사랑과 관계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사랑은 눈, 코, 입에서 시작되어도, 결국 심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므로. (58쪽)

어른이 되었다고 내 안의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져도 울거나 떼쓰지 않는 어린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른인 우리에겐 울거나 떼쓰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주고 위로해줄 누군가가, 여전히 필요하다. (78쪽)

상처와 관계없는, 나와 가장 관계 있는 사람 덕분에 상처는 낫는다. (148쪽)


무턱대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무조건적인 내 편. "무슨 일 있었어? 누가 너 괴롭혔어? 내가 혼내줄까?"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어 주는 사람. 우는 소리 한 마디에 "내가 지금 갈게." 라고 말해주는 사람. 생각만 해도 미소지어져서 '나 정말 미쳤나봐.' 생각하게 하는 사람. 생각지도 못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올라도 기분 좋아지는, 사랑하는 내 사람.

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계 중에서 '이렇게 충만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포근함을 주는 관계로 '사랑하는 사이' 말고는 딱히 생각 나는게 없다. (가족은 엄마라는 치트키가 있으니 예외로 둔다.) 사랑하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 단순하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하는 관계 말이다. 많든 적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비슷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닮아가는.

그래서 책 속의 그 많은 사랑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너라서 행복한,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달달함이 떠올랐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지도 않았고 그저 활자만 보고 있는 거였는데도, 초콜릿을 한 입 깨물어 먹은 것 같은 달달함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적재적소에 깨물어주고 싶은 일러스트와 함께하니 읽는 달달함이 배가 되는 듯 했다. 익숙한 그림이다 했더니 그동안 김은주 작가와 함께했던 양현정 작가의 그림이더라. 익숙해서 좋았고, 그림체가 따스해서 더 좋았다. 

다행히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물을 흘리는 씬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 관련 에세이엔 으레 등장하는 이별이 없다. 이별로 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소개되긴 하지만, 결국 Happily ever after. "일상적 다툼, 크고 작은 오해, 긴 사랑 사이의 잠시 미움 또한 행복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269쪽)" 그러니 결국 <너와 나의 1cm>는 사랑함으로 맛보게 되는 행복과 관련된 에세이다. 너가 전해주는 따스함으로 인해 잠시 행복한 것처럼, 너를 껴안음으로써 세상을 껴안게 되는 것처럼, 소중한 1cm를 통해 더 큰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에세이다. 아직은 바람이 세게 부는 오늘의 봄과 잘 어울려 따스함을 찾아볼까 두리번거리게 되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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