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서의 단청
박일선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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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전적인 아름다움, 한국적 색채의 화려함, 독특한 문양. 단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같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청이 어디에 어떻게 붙어 있는 건지 알고 있다.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인지하고 있다. 현대의 시멘트 건물에는 쓰이지 않는데도, 아주 자주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익숙한 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단청이 뭔데?"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에 제대로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조차도 "단청 그거 있잖아, 그거."라며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할 거다. 그러다 보니 단청은 내게 '익숙한데 낯선', 자주 보니 낯은 많이 익은데 서로 아는 건 많지 않은 단골집 주인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예술로서의 단청>이라는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청을 알고 싶다'였다.

저자 박일선은 현재 단청발전소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며 단청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전통공예 화가다. 그러나 과거엔 3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하던 회사원이었다. 은퇴 후 쉰이 넘은 나이에 이루고 싶은 꿈에 도전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꿈을 이룬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이는 저자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예술로서의 단청>은 단청을 사랑해 산수화에 접목시키기까지 한 단청마니아이자 단청이 사라지지 않게 지키는 단청수호자인 저자가 세상에 남겨 두는 '어렵지 않은 단청 이야기'다. 

책에는 단청의 뜻, 기원, 어원, 단청에 주로 쓰이는 색, 모양들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설명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단청에 자주 쓰던 무늬들과 닮은 듯 다른 해외의 건축물에 쓰인 무늬들을 찾아 비교하기도 하고, 같은 문화권인 한중일 세 나라의 단청을 비교하기도 한다. 글로 주렁주렁 길게 설명해 놓기보다는 직접 찍은 사진들을 많이 실어 두어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나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한중일 세 나라의 단청을 비교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중국 드라마 중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자주 봤었기에 자금성의 단청이 익숙하기도 했고, 언제나 라이벌로 이야기하는 한중일 삼국의 다름을 비교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다른 점이 눈에 보이게끔 문화가 다르다는 느낌을 확 받았기에 재미있기도 했다. 

그 내용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단청이 청, 적, 황, 백, 흑의 다섯가지 오방색을 중심으로 보색이 뚜렷해 화려하고 강렬한 느낌이 강한데 비해, 중국은 2~3가지의 그라데이션과 청색, 녹색, 주색, 금색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해 단청이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이고, 금색을 좋아하는 문화답게 금색이 곳곳에 많이 쓰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나 중국의 다양한 문양과 강한 색과는 다르게 문양과 색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색조의 차분한 분위기를 가졌다. 이 부분 역시 첨부된 사진이 많아서 비교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 단청을 중심으로 찍어놓은 사진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 삼국의 단청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앞에도 언급했다시피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다. 단청을 이야기하면서 저자의 그림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단아함이 단청의 화려한 색감과 만나 묘하게 융합되어 일반 산수화와는 다른 오라를 뿜어낸다. 겸재 정선을 존경하는 작가가 자주 그린 것이 바로 금강산인데, 금강산의 기개 넘치는 산새와 단청의 만남은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과거의 단청들과 자신의 그림 속 단청을 통해 단청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봤다. 저자의 마음 속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단청을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는 이라는 것만은 <예술로서의 단청>이란 책을 통해 강렬히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단청에 관심이 있다거나, 한국의 색에 관심이 있다거나, 단청에 쓰이는 무늬들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깊은 지식을 풀어놓지 않으면서도 궁금한 점을 어느정도는 해결해 줄 <예술로서의 단청>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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