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쉬어가세요 - 행복한 나무늘보로 사는 법
톤 막 지음, 이병률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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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오늘도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앞다투어 빠름을 자랑하는 세상, 빠르지 않으면 도태된다 여기는 세상. 벌써 인터넷은 5G가 상용화되기 바로 직전이라 하니, 앞으로는 세상이 얼마나 더 빨라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갈 수는 있을까 조금은 걱정스럽기까지한 빠르기-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이유는 이 무시무시한 속도에 뒤처지면 안된다는 강박같은 것 때문일 거다. 뒤처지는 것은 패배한 것이라는 인식. 나는 그다지 시류에 편승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끔씩은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뜻이다. 아등바등 따라가려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일 테고. 그런데 여기, 느리게 하루 하루를 채워가며 행복해하는 이가 있다. '나무늘보로 산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천천히 쉬어가세요> 속 나무늘보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나무늘보는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의 '플래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무늘보의 진짜 성향을 미국 교통국의 엄청 느린 일처리를 풍자하는데 사용해 많은 웃음을 줬었다. (물론 이건 영화로만은 알아채기 힘든 미국 문화이기에 나중에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알았던 내용이긴 하지만.) 딱히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책 속 동글동글한 나무늘보는 "천천히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다. "시간도 삶도 세상도 너무 느리게 흘러가는데,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생각은 로켓처럼 질주를 한다"면서. 잘 보면 나무늘보의 걱정들 같은데, 세상이 너무 느리게 흘러간다는 이야기만 빼면 딱 내 이야기다. 할 일은 끝이 없고 생각은 많고 가끔은 만사가 귀찮고 짜증나고. 이럴 때 <천천히 쉬어가세요> 속 나무늘보가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순간에 집중하며 내버려두기'다.

햇빛을 받으며 걷고,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고, 먹을 때의 시간을 즐기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걸을 땐 걷는 것만 생각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순간에 집중하세요. 잘 안 돼도 괜찮아요. 늘 좋은 결과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잠깐 쉬어가도 괜찮아요."
나무늘보는 평상시에도 쉽게 할 수 있는 명상법도 전해준다. 뭔가 거창하게 자세를 바로하고 경건해야 하는 명상법이 아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 호흡에만 집중하며 생각들을 흘려보내는 명상법이다. "한순간만이라도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그러니 그냥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어요. 결국 다 지나가버릴 테니."

그러니까 나무늘보의 명상법대로라면 복잡한 생각들을 기어코 정리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에 맡겨 두는 것이다. 생채기 난 마음을 억지로 추스려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도록 조금은 천천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수 많은 물음표들을 뒤로 하고 잠시 쉼표를 찍어 마음을 쉬게 하는 것,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나무늘보의 명상법이 쉽사리 와 닿지만은 않았는데, 책 속 짧은 구절들을 여러번 곱씹어 읽어봤더니 이런 결론이 나왔다.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계기였던 옮긴이 이병률 시인은 '세상 모든 문제는 사람만이 열 수 있고, 사람이 가진 마음이란 건 세상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다'라는 말을 했다. 내 마음을 잘 지켜내는 것만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천천히 쉬어가세요>는 마음의 중요성을 나무늘보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도는 제각각 다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겠지만, 내가 그 변화를 무조건 쫓아가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남들이 빨리 저만치 멀리 뛰어간다 해도, 나는 내 속도대로 조금은 천천히 쉬기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걸어가면 그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 속에 <천천히 쉬어가세요> 속 나무늘보를 들여 키워보기로 했다. "자신을 억누르지 않는다면 인생은 멋진 모험이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나무늘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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