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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길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책에 대한 많은 정보도 필요없었다.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구실 같은 건, 그저 표지에 있던 한 장의 그림 그거면 충분했다. 사실 나는 글 취향은 좀 까다로운 편이라, 재고 따지고 살펴보고 나서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한 문장도 발견하지 못하는 책도 존재한다. 그에 반해 그림은 조금 덜 까다롭다. 나름대로 예쁘고 좋고의 기준이 있긴 하지만 글만큼은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해도 그림 취향 쪽도 그리 눈이 낮은 게 아니었는데, <닿음>은 진짜 한 눈에 반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렇게나 핫하다던데 나는 왜 몰랐던가!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살면서 '닿다'를 이렇게나 오래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다. 일상 속에서 즐겨 쓰던 단어인데 계속 곱씹다보니 낯설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무언가와 닿는다. 사람과도 동물과도 물건과도. 항상 무언가와 닿아 있는데 인식을 못할 때가 많다. 늘상 닿아 있으니까. 음악을 계속 듣는 나는 이어폰과 오래 닿아 있고, 손엔 많은 시간 키보드와 핸드폰이 닿아있다. 대체로 무생물이 닿아 있어서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닿는다는 건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닿음>은 그런 온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특별한 닿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닿음>은 he story, her story 두 가지의 시선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여자와 남자의 시선. 그래서 <닿음>의 part.1에서는 하나의 장면을 두 개의 시선으로 연달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너의 팔'이라는 주제에서 남자는 '네가 만져주면 나도 몰랐던 곳들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고, 여자는 '꼬옥 끌어안은 너의 팔이 참 따뜻하고 듬직해서 문득 이 팔에 가득 안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라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상황에서의 다른 생각. 남녀 서로의 입장을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만,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보다보면 좀 더 마음이 가는 느낌이다.
"<닿음>은 연인과 살이 맞닿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접 그린 이의 설명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닿음>은 에필로그 속 작가가 정의한 이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설명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냥 보면 단번에 사로잡힐 것이다. 서로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며 눈에서 꿀을 뚝뚝 흘리는 남녀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