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 -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민해나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알고 보니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가만히 곁에 있는 것.
수다 떠는 것. 밥을 먹는 것. 웃고 울며 살아가는 것.
그 안에 이미 사랑이 있었던 거예요.(6쪽)

책의 뒷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책의 시작인 프롤로그에 적혀 있던 이 문장들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들의 나열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들 속에도 소중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없다. 방 정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많은 물건들, 그 중에 내 손이 닿지 않은 건 없는 것처럼. 물건만 해도 이럴진대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랑을 주고받음을. 하지만 나는,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곤 한다. 그리고 소중함을 놓쳐보고서야 깨닫는다. "알고 보니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어요."라는 문장에 공감하는 이유다.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은 사랑과 관련된 에세이다. 제목에도 '사랑'이 자리잡고 있어 말하기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을 하는, 책 속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며 기쁘고, 사랑하며 슬프고,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상의 어느 한 귀퉁이 속 이야기들이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글인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한 글들은 낯설다기보단 익숙하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겼을테니 당연한 건가.) 그 익숙함들은 읽기 어렵지 않고 가볍다. 가독성도 좋아 에세이임에도 술술 읽히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좋겠다.

책의 초반,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나에게 이젠 일상 같은 네가, 사실은 너무 큰 기적이어서 오늘도 새삼 행복하고 고마운 아침(29쪽)"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이다. 이제는 일상인 네가 사실은 큰 기적이라며 누구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당연함을 고마워하는 마음이 예뻐서. 더불어 "네게 아무런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 혼자 불을 켤 힘조차 내지 못할 때, 네 발 밑을 밝혀줄 딱 그만큼의 빛으로 언제나 가까이 있을게. (49쪽)"는 가장 힘들때 곁에 있어주겠다는 마음이 예뻐서. part.1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은 대체로 따스함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줄 수 있는 마음들이 모인 공간이라서인지 동그란 이야기들이 따뜻했다.

하지만 part.2로 넘어가면 당연하게도 이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묶여 있다. 친구로 남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땠을까 후회도, 계속 같이 가야 하는 걸까 불분명한 마음에 대한 고민도, '이젠 더는 이 세상에 없는 그때의 우리에게 그래도 고맙다고 말할 거야.(77쪽)' 추억도 한데 묶였다. 사랑에는 결국 끝이 있고, 끝을 맞이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만나는 슬픔과 추억들 말이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했었다'라는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사랑했던 누군가의 기억들이 조금 담겼다. 다만 너무 아프다 울부짖기보단 한발자국 떨어져 관조하는 느낌의 에세이들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part.3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고 곧게 서려는 어떤 이에게 조언하는 느낌이 들었고, 마지막 part.4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는 부제 아래 part.3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조언들이 자리하고 있다. 흠. 일단 조언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무언가 훈수 두는 느낌은 절대 아니다. 응원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하고, 다짐 같기도 하고. "꼭 어떤 형태의 결실을 맺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 순간이 모든 것이 되기도 하니까.(139쪽)"라든가, "어디로 가도 옳은 당신의 달리기를 항상 응원할게요.(177쪽)"라든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문장만 이 곳에 옮기지만, 찾아보면 툭 마음에 와서 닿는 어떤 문장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애의 따스함을 사랑한다. 사랑받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나를 아껴주는구나, 소소하지만 이런 게 행복이구나. 말로 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느껴지는 따스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엔 그런 따스함들이 있다. 삽입된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따스함도 좋았다. 외출하기 전 뽀송뽀송한 스웨터를 입은 듯한 따스함. 찬 바람이 부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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