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루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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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학교에 있을 때의 통행권.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내 통행권으로 갈 수 없는 장소도 있다. 빈손인 아이도 있다. 어른이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질까? (9쪽)
이런 이야기가 처음부터 막 등장했다. 읽으면서 흠칫, 이건 뭔가 했다. 아, 맞다. 마스다 미리의 책이었지.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자세를 고쳐잡고 계속 읽어갔다. 역시 마스다 미리의 책은 (에세이든 만화든)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코하루 귀엽다. 음, 그건 아니지. 경솔한 것 같아. 그치만 이거 일기니까 상관없나? 이거 금방 읽겠다. 아 벌써 다 읽었어. <코하루 일기>의 첫인상은 '역시 마스다 미리'였다. 

마스다 미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마스다 미리 공감단' 같은 북서포터즈에 지원해 활동 했었고, 그녀의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직접 영화관에서 봤었다. 에세이로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거라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전작들(수짱 시리즈라던가)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진짜 마스다 미리를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그녀의 글과 만화에는 특별함이 있다. 누구나 겪는 참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그녀에게 닿으면 특별한 이야기로 변하는 게 낯설고도 신기하달까. 그녀는 늘 그런 이야기들을 해 왔고, 이번 <코하루 일기> 또한 다르지 않았다. 

<코하루 일기>는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코하루'가 '일기를 써 볼까?' 생각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5년 후면 어른이 되는데(현재 코하루는 열다섯) 어른이 되면 지금의 기분도 마음도 사라져 버릴까봐, '어른이 되지 않도록' 일기를 쓸 마음을 먹는 이야기가 첫 시작으로 등장한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의 마음들을 잘 적어놓으면 어른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그 발상이 참 귀여웠다. 이미 많은 걸 알아버린 서른 혹은 마흔의 코하루가 이 일기를 보게 된다면 흑역사라며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코하루의 자잘한 일상 속 코하루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코하루 일기>에 담겼다. 10대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들이다.

2차 성징 후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 아빠도 남자라며 집 안에서도 옷 간섭을 하기 시작하는 엄마(아직까지 우리 엄마도 이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친구들과 하던 야한 이야기(?), 별 시덥잖은 생각들을 잔뜩 하면서 괜히 심각해지기도 하는 오락가락 기분, '예쁜 나'를 꿈꾸며 평소에도 꽤 많이 신경쓰는 외모, 좋았다 싫었다 하루에도 여러번 바뀌는 변덕스러운 마음 등등. 

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이 어렸다. 어리다고 이야기한다면 코하루는 화를 낼 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보는 <코하루 일기> 속 코하루는 생각도 행동도 어렸다. 뭐라고 해야하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지만 오히려 그 순수함이 위험한 느낌? 아주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들은 없었지만 예의없고, 못됐고, 좋지 않은 마음들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그런가보다.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결론을 내버리는 섣부름과 자주 마음이 바뀌는 변덕스러움도 이유겠지만. 내 경우엔 나이를 먹고나선 그런 마음들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거나 글로 남기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코하루 일기>를 보면서 조금은 못된 이야기라도 글로 남겨두면 나중에 읽어보면서 어떠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요즘에도 가끔씩 쓰는 일기에 마음들을 스킵하지 말고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볼까 생각도 조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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