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정혁준.정윤영 지음 / 꿈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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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 아빠와 학생인 딸이 글쓰기 고민을 이야기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낸 책.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의 출간 배경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 고민을 한다.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고, 무엇을 써야할 지 모르고, 좋은 글이 뭔지 모른다. 주제를 보면 주눅이 들고, 나는 언제 마음대로 글을 써 보나 한숨이 나오고, '글쓰기'란 단어만 들려도 성질이 난단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동생 피셜이다.) 그러니 글쓰기 고민을 이야기하는 책이 보이면 눈길이 간다. 동생과 관련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어서다.

나는 글을 쓰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쓰고 싶은 말을 다 쓴 건가? 불필요한 부분은 없나? 글은 매끄럽게 잘 읽히나? 등등. 글을 쓰는 도중에도 이전으로 돌아가 읽고 더 나은 위치를 찾아 문단을 이리저리 옮긴다. 이렇게 글을 다듬는 행동은 쓰다 막혔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종의 습관같은 거다. 처음엔 다음으로 넘어가는 아이디어를 얻으려 시작했는데 지금은 습관처럼 글을 읽고 또 읽는다. 아무튼 글을 자주 고치다 보니 '필요 없는', '빼야하는', '잘못된' 것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책은 어마무시하게 많은데 비해 '퇴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쓰는 것과 다듬는 것의 중요도가 비슷한 나에겐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에 복잡하지 않고 내용 자체도 깊지 않지만 글을 쓸 때 쓰지 않거나 빼야 하는, 내가 찾던 방법들이 잔뜩 등장한다.

책의 제목은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지만 이 책은 글쓰기의 A to Z가 아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 용도(매체)에 따른 글쓰기 같은 주제를 다루지 않는단 소리다. 이 책은 '잘못된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 초보든 고수든 쉽게 잘 저지르는 실수들을 차근차근 짚고 있다. 처음부터 영어투와 일본어투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1부 전체에 걸쳐 중복과 모호함과 불필요함을 빼는 방법, 문장이 간결해야 하는 이유와 뜻이 분명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말하듯 읽기 쉬운 글쓰기를 강조한다. 실제 딸과 함께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를 쓰지 않는 방법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실상 '글쓰기 고민'이라고 뭉뚱그려 놓았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명확한 내용 전달'에 맞춰졌다 보면 된다. 그렇기에 별 기대 없이 책을 펼쳤던 내게 참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1부의 아빠가 딸에게 이야기하는 이론 부분이다. 실제 딸이 쓴 글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보는 2부도 존재하지만 이 서평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는다.)

책에 등장한 영어 투와 일본어 투, 흔히 '번역 투'라 말하는 잘못된 글쓰기 습관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명사와 명사 사이를 잇는 '의', 역시 명사와 명사 사이를 이을 때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는 '대한(대해)', 국문에서는 쓸 데 없는데 많이 쓰는 '가지다'(소유격 have 직역), 강조를 위해 써야 하지만 자꾸 남발하게 되는 의존명사 '것'까지. 솔직히 이 네 개는 나도 자주 썼던지라, 제외하고 글을 써야 한다니 생각이 꽤 많아졌다. 이외에도 우리말은 조사를 겹쳐 쓰지 않지만 평소에 자주 쓰여 익숙한 '~와의', '~에의', '~로의', '~로부터', '~에서의' 부터, 일본식 표현 '요하다', '달하다', '다름 아니다', '경우', 영어식 표현 '~을 위하여', '불구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요구된다/요청된다'까지. 잘못 쓰고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한 채 엄청 익숙히 사용하고 있었다. 교과서나 공식 문건에서도 아직 사용되고 있으니 우리말 쓰기의갈 길이 멀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외에도 서술어 늘여쓰기가 안 좋은 이유,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하는 이유,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해야 하는 이유, 엉뚱한 서술어를 쓰지 않아야 하는 이유, 목적어와 서술어가 일치해야 하는 이유, 숨겨진 중복 단어를 발견하고 문장을 모호하지 않게 구성하는 방법 등등 글쓰기에 참 도움이 되는 팁들이 실려 있다. 진짜 리스트를 만들어 퇴고할 때 곁에 두고 생각해보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그럴 마음 100%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 보다는 나처럼 글을 다듬을 때 팁으로 사용할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이 글은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는 책을 읽고 나서 쓰고 있지만, 사실 나는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이란 한 번에 바로 잘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을 보태고, 다듬고, 쓰고, 다듬고, 쓰고, 다듬고.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나게 될 때까지 지루하게 그 과정을 반복해야만 하나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예를 들면 내 동생같은) 사람들은 한 번에 좋은 글을 뚝딱 써내길 바란다. 내가 쓰는 글들이 한 번에 주르륵 뽑혀 나온 줄 안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 이 간단한 명제만 곁에 둔다면 글쓰기 허들이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더불어 이렇게 여러가지 팁을 전해주는 책을 가까이 두며 글을 다듬어 나간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물론 글쓰기 근육이 필요하다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자꾸 글을 써가면서 근육을 키울 필요는 있다. 그리고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는 세밀한 잔근육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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