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아트북 : 랜드마크 엽서북 - 손 안에 펼쳐지는 안티 스트레스 북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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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폭염이라던가. 2018년의 여름은 참 더디게 흘러간다. 서울의 한낮 온도가 대구보다 더운 40도에 육박했고 한달 가까이 평균 35도를 넘고 있다. 한낮의 뜨거운 온도만큼 열대야도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어진다는 예보다. 건물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홧홧한 기온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건 기본, 이제는 아침 온도가 27도만 돼도 '오늘 아침은 왜 시원하지?' 같은 이상한 소리도 하게 된다. 내일 모레면 '말복이 지나면 찬물에 목욕을 못한다'는 그 말복이지만, 말복이 지나도 당분간 찬물 샤워는 계속될 듯 하다. 

날씨가 이렇다보니 뭔가를 할 의욕이 뚝뚝 떨어진다. (물론 에어컨이 있으니 이 말은 과장이다. 하지만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따져보면 반만 과장이다.) 할 수만 있다면 대나무 돗자리 위에 딱 붙어 누워서 에어컨+선풍기를 틀어놓고, 양쪽 옆구리엔 꽝꽝 얼린 페트병을 끼운채 얼음을 입에 물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그곳이 파라다이스일테니. 그러나 일상생활을 해야 하기에 이건 꿈같은 일이다. 그러니 움직이면 열이 나고, 열이 나니 자연스레 짜증도 샘솟는다. 덕분에 의욕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의욕을 가지고 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스티커 아트북>의 스티커 놀이다. 




<스티커 아트북>은 말 그대로 스티커를 붙이는 놀이다. 어른들의 힐링 놀이라며 유행하던 컬러링북, 점잇기, 캘리그라피, 커팅북 등등 여러가지 이후에 새로 등장한 놀이인데, 책에 동봉된 스티커를 제 자리에 갖다 붙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 스티커북의 주요 골자다. 파워 간단! 더군다나 색연필이나 볼펜 같이 무언가 재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덜렁 책 한 권만 있으면 어디서든 놀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성도 좋다. 그동안 <스티커 아트북>은 여러 시리즈를 내왔었는데, <스티커 아트북-랜드마크 엽서북>은 예전에 한 번 출판했었던 베스트 셀러 랜드마크를 '엽서' 형식으로 재편집한 구성이다. 사이즈가 아담해서 처음부터 호기심이 동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스티커 아트북> 시리즈는 폴리곤아트를 차용한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로 폴리곤 아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작업물을 본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방식이다. 그래픽을 다각형으로 쪼개어 입체감을 주는 방식. 그래서 기본 도안 랜드마크들은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산산조각 나 있다. 이곳에 동봉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당연히 산산조각 나 있는 삼각형과 사각형엔 번호가 적혀 있다. 적게는 100번부터 많게는 230번까지 그 크기와 갯수도 다양하다. 아무래도 도안이 엽서크기라 새끼손톱보다 작은 도형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역시나 이 작은 도형들이 난이도 최상이다. 집중력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려주는 동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10가지의 랜드마크 중에 패기있게 처음부터 9번 모스크바 성 바실리 대성당을 선택했다. 당연하게도 1번이 가장 쉬운 난이도고 10번이 가장 어려운 난이도다. 처음부터 어려운 난이도를 선택했으니, 헤매는 것도 당연지사. 스티커의 1번부터 찾아서 순서대로 붙였다. 도형들의 숫자는 중구난방이다. 그러니 숫자를 찾는 것만도 시간이 꽤 많이 들었다. 그러다 딱히 순서대로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반 정도 붙이고 나서야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는 눈에 보이는 큰 면적부터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스티커는 생각보다 잘 붙이기도 어려웠고, 중간중간 보이는대로 붙이다보니 서로 겹쳐들어가거나 꽉 들어맞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붙여놓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작품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3번 광화문을 꺼내들었다. 바실리 대성당보다 조각의 크기들이 커 쉽겠다 생각했지만, 광화문이란 현판이 붙어 있는 곳의 조각들 크기가 역시 작아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광화문은 위쪽을 쭈르륵 붙이고, 아래쪽을 쭈르륵 붙인 뒤 복잡한 중간 부분을 나중에 붙였다. 하지만 이도 썩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아 6번 파르테논 신전은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붙였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무래도 직선으로 이루어진 랜드마크라 다른 랜드마크들보다 붙이기는 수월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붙이는 것이 조금 더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런 놀이엔 왕도가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 그 뿐. 나는 조금더 완벽한 작품을 위해 핀셋을 꺼내들었다. 조금씩 삐뚤어지는 스티커들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핀셋을 든다고 해서 스티커가 제자리에 꼭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니 굳이 추천하지는 않는다.





<스티커 아트북>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갔다. 여름이 언제 끝나는 거냐고 투정부리다가도 <스티커 아트북>만 잡으면 두 세시간이 금방 휘리릭 지나갔다. 집중하면서 스티커와 씨름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간이 날 때면 스티커북을 잡고 있다. 빠른 스피드로 모두 끝내버리겠다!의 느낌이 아니라 조금 더 완벽하고 깔끔하게 붙이기 위해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말이다. 시간이 참 안간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스티커 아트북>은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아직 한참 남은 여름, 나도 <스티커 아트북>과 함께 보내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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