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봄
오미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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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분홍한 표지와 <오늘도, 봄>이라는 달달한 제목을 가진 책. 하지만 책의 첫머리에서 작가는 '힘들지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하루가 이어지는 삶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에 나는 찰리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떠올렸다. 1부의 부제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막장드라마 속 주인공'이다. 이쯤 되면 조금은 와 닿을 것이다. <오늘도, 봄>은 제목에서 떠오르는 사랑이야기 혹은 달달함과는 거리가 먼 책이라는 것이.

'봄'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보다'의 'See'와 사계절 중 '봄'의 'Spring'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해석이 여러개다. 작가는 책의 제목을 이렇게 해석했다. '나의 인생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를 통해 당신의 인생을 보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의 인생에 봄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띠지에 적힌 말이고, 작가가 <오늘도, 봄>이라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1부의 주제인 '나'에 대해 책 속 여기저기에 드러냈다. 170이라는 큰 키, 빚쟁이를 피해 섬에서 뭍으로 나오던 세 남매, 단칸방과 다섯 식구, 성추행 합의금 400만원, 고등학교 시절의 도둑 누명, 식당 종업원 엄마, 트럭운전사 아빠 등등.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1부의 부제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막장드라마 속 주인공'이다.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를 담담히 풀어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세상 사람들 모두 자신이 제일 힘든 존재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 삶이 당신이 보기에 쉬워 보인다 할지라도 그런 말 마.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 속에서 죽을만큼 힘겹지만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61쪽)

2부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다. '너'로 지칭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너는 외로움이기도, 사랑했던 과거의 누구이기도 했다. 아주 나쁜 생각 혹은 미련이기도 했고, 오빠나 언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냥 2부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진 곳이다. 주제에 제한이 없어서일까.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간절함이 담긴 두 마디 '제발'이 얼마나 간절하고 처전한지 나는 알아. 하지만 세상은 그 '제발'이라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 말은, 다가올 불행을 예견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149-150쪽)
여기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제발'이라는 단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 부분이었는데, 왜인지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설마'와 같은 용법의 '제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일견 공감하기도 하고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꽤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3부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부제가 '누군가에게는 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 그러나 모두가 살아가야 할 곳'인데, 읽기 전부터 부제에 쓰인 단어들 덕분에 조금은 어두운 마음으로 글을 읽어갔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 부분은 세상 살아가기 어려운 누군가에게 보내는 '위로'였다. 살아내기 힘든 게 당신 뿐만은 아니니, 우리 모두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봅시다! 라고 외치는 느낌. 슈퍼 을이라도 행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마인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난 그렇더라. 내가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내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쓰다듬어 주면, 어느덧 나도 따뜻해지더라.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188쪽)

이렇게 총3부로 이루어진 책은 개인적인 일기같기도 했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편지같기도 했다. 글 속에 드러난 구어체는 그런 느낌을 더 배가 시키면서 읽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당신의 인생은 막장 드라마인가? 그렇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은 살아내야만 하는 전쟁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행복을 찾아 나아가는 발걸음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한다. 전쟁터 한 가운데에서도 꽃은 핀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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