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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7월
평점 :
고양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지대하지만, 지금 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던 고양이에 대한 나쁜 괴소문들과는 상관없이, 이젠 고양이란 동물이 많이 친근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 가장 큰 이유가 '고양이의 사랑스러움과 엉뚱함을 알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고양이>의 작가인 이용한은 그 알리는 사람 중 1명이고 말이다.
이전에 서평을 남겼던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를 비롯, 이용한 작가는 여행하면서 만난 우리나라 어느 곳의 길고양이, 해외의 길고양이 등, 길 위에서 어찌보면 위태롭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려는 고양이의 모습을 꾸준히 다뤄왔다. 또한 그의 SNS엔 지금도 길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사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의 고양이들도 마당고양이었으니 반은 집고양이였지만, 이번 <당신에게 고양이>는 길고양이였다가 완전하게 집고양이가 된 고양이들과의 동거 이야기를 그렸다. 새롭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고양이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책은 캣대디 1년차에 작가가 겪은 '랭보의 간택'부터 시작한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알게 된 '노란새댁' 고양이의 아깽이들 중 하나인 랭보를 집에 들이게 된 계기를 적어놓았다. 가끔씩 길고양이들이 '널 내 집사로 선택한다!'는 뉘앙스로 사람을 졸졸 따라다닐 때가 있다는데, 이럴 땐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집사가 된다고 한다. 일명 '간택당한다'고 하는 경우인데, 작가도 그러한 경우다. 그렇게 작가의 집에 살게 된 '랭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이나 작가와 함께 살고 있는 할매묘다. 그 뒤로 시작은 탁묘였으나 결국 눌러 살게 된 지금은 고양이별로 떠난 '랭이', 랭보와 랭이 사이에서 태어난 '체'와 '루'(이름 뜻은 '체 게바라'와 릴케와 니체의 연인인 '루 살로메'에서 따왔다), 체와 루 사이에서 태어난(!) '니코'(이번엔 '니코스 카잔차키스'에서 빌려왔다), 생강나무 아래에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구조해 온 '생강'이까지. 총 6마리의 고양이와 지지고 볶고 했던 10년의 시간들이 책에 담겨있다.
한번은 아내가 헐레벌떡 나에게 뛰어오더니 랭이가 방금 자기한테 '누나'라고 했다며 볼이 발개져서 말했다. 그러더니 직접 들어보라며 랭이를 불렀다. "봐봐, 방금 누나~아, 그랬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냐앙~!'하는 고양이의 일반적인 울음이었다. "그래. 잘 됐으면 좋겠다." (69쪽)
봉지 커피를 자주 마시는 내가 가스레인지에 물주전자를 올려놓으면 어떻게 알고 물이 끓을 즈음 나한테 와서는 야옹야옹 물이 다 끓었다옹, 하면서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실이 하도 신기하고 대견해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우리집 고양이 랭보는 커피물이 끓으면 나에게 와서 야옹야옹 알려준다"고 자랑을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왜 커피도 타온다고 그러지."라면서 놀리곤 했다. (85쪽)
책 속엔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작가 부부도 고양이들만큼 귀여워서 읽는 내내 웃음이 삐져 나왔다. 더불어 고양이의 믿지 못할 행동들, 고양이와 박스와의 상관관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등의 작가의 고양이 관찰기(?)도 담겼다. 또한 집 나간 랭이 구출기, 정신없었던 체와 루 탄생기, 어느날의 냥줍, 거실 사파리의 우다다, 소소한 벽지뜯기 등 작가네 여섯 집고양이 이야기(물론 이녀석들이 쳤던 수많은 사고 이야기)도 글 속에 담겼다. 되게 개인적이고 사소하지만 읽고 있자면 즐겁다.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은 이렇게나 정신없고 유쾌하다. (물론 고양이야 언제나 사랑스럽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입양 그로인한 유기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책 속엔 예전처럼 고양이 사진들이 가득하다. 사실 이용한 작가는 '고양이 사진'으로도 유명한데,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하는 의아한 사진도 나오는 것이다.(155쪽)"란 작가의 말처럼, 애정이 가득 담긴 시선을 담뿍 담아낸 사진들 속 고양이들은 천진하고 정신없다.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엄마미소를 짓게 된다. 어릴때의 랭보와 랭이,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던 다 큰 랭보와 랭이, 체와 루의 눈도 못 뜨던 생후 며칠 후의 시절, 우다다를 미친듯이 해서 온 집안을 난장판 만들어 놓던 체와 루의 모습들, 니코의 생후 곧바로의 사진은 없지만(작가 부부의 출산과 책 출간마감이 겹쳐 신경쓸 수 없었다 한다.) 조금 자란 후의 노랑노랑한 모습까지. 한 고양이의 어렸을 때부터 나이가 들었을 때까지를 볼 수 있다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인데, <당신에게 고양이>에서 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저 고양이가 좋아서 나는 고양이주의자가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 나는 고양이주의자가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고양이주의자가 되었다.(319쪽)
<당신에게 고양이>는 고양이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작가의 이 말들로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명이냐 묻는다면 글쎄요,라 답하겠지만, 다시 돌아간다해도 같은 선택을 할거냐 묻는다면 당연하죠라 답할 고양이주의자가 쓴 책. 고양이의 평생을 지켜봤다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고양이의 평생을 지켜볼 각오가 되어 있는 집사의 책. 이들의 행복한 동거생활을 지켜보고 싶은 이라면 누구든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