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마음이 사는 집에 사네
박혜수 지음, 전갑배 그림, 한성자 감수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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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날씨는 여름의 한 가운데로 접어들면서 더위를 가득 머금었다. 더워도 너무 덥다. 그래서 내리쬐는 태양만큼이나 몸도 빨리 지치는 느낌이다. 몸이 흐르는 땀 양과 비례해서 급속도로 방전되는 느낌. 그런데 지치는 건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인가 보다. 평소라면 별 것 아닌 이야기로, 대수롭지 않은 말들로 치부할 것들이 상처가 되어 내게로 꽂히는 걸 보면 말이다. 예를 들면 날씨가 더우니 나는 행여 말이 뾰족하게 나가진 않을까 많이 신경쓰는데, 상대방쪽에서 무례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짜증을 담아 이야기할 때 같은. 세상살이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마음은 실체가 없다. 다친다는 것도 은유적 표현일 뿐, 직접적으로 상처가 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로 더 심하게 앓는다. 더러는 그 상처로 평생을 아파하기도 한다. 그러니 마음을 의지대로 다룰 수 있다고 믿는 건 완전한 허상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많은 이들이 마음 때문에 아파할 리 없으니까. <사람은 마음이 사는 집에 사네>는 이제껏 내가 이야기 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의 아이 취급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어른의 대열에 끼게 되면 그 시간대에 맞게 성장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스럽고 어지러운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깊숙이 어른의 시간대로 밀려들어 가면서도 사실은 한 번도 어른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늘 당황스럽고 힘들었습니다. (14쪽)


작가는 '들어서며'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찌저찌 떠밀려 어른의 시간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누구나 마음 속엔 다 자라지 않은 소년 소녀가 살고 있음을 짚어낸 것이다. 그리고 마음과 현실의 괴리로 우울할 때 자신을 일으켜세워준 불경과 시경의 글귀로 사람들 또한 위로 받기를 소망했다. 그러니까 <사람은 마음이 사는 집에 사네>는 마음위로 시화집이다.

솔직히 나는 그림이 어렵다. 누가 어떻게 이해하면 된다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의미 해석조차 할 수 없다. 책에 실린 전갑배 화백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전 화백이 어떤 의미를 그림에 심어두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책 속의 그 그림들이 내게로 직접 와 닿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림 속 따스하게 웃는 이들은 무언가 충만해보이기도 했고, 기울거나 망가진 집들은 누군가의 마음이겠거니 했으며, 유독 집과 관련된 그림이 많은 건 작가가 전 화백의 그림에서 '마음이 사는 집'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랑도 기쁨도 고뇌와 다툼도 모두 마음의 집에 잠시 피었다 사그라지는 한바탕의 춤사위. 모든 일은 마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이 주인이 되어 세상을 움직입니다. -법구비유경 제9 쌍요품 (32쪽)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탐내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설대생의경 (74쪽)


책 속에 담긴 글 속엔 오래된 지혜가 담겨 있다. 그러니 누가 읽더라도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누가 이걸 모르냐?'라고 속으로 되묻다가, 순간 아! 했다. 오래 전부터 사람은 마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는 것. 그 고민은 예전부터 내가 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 고민의 해답은 FM으로 딱 떨어지지 않음에도 딱 떨어지는 해답을 찾고 있다는 것. 결국 그 해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 작가는 오래 전에 마음에 대한 답들을 적어놓으며 우리에게 알려주려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은 예전에도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내 마음이 사는 집은 얼마나 클까. 그리 크지는 않아도 튼튼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준 상처에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단단한 벽을 가진. 그리고 그 마음집에 사는 나는 슬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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