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의 캘리툰
박솔빛 지음 / 경향BP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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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카툰과 캘리가 만났다니까 쉽게 볼 수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요즘엔 이런 저런 생각 할 필요없이 그냥 가볍게 책을 읽고 싶었다. 밖에 나가지 않는 이상 집안은 더우니까(에어컨은 전기세가 감당 안돼!). 뭐 내가 좋아하지 않고 꼭 녹아버릴 것 같은 그런 계절이 돌아온 탓이다. 그래서 그 가벼움에 어울릴 것 같은 책이라 선택했다. 왜인지 그림체가 낯이 익었고, 그림체가 퍽 귀여웠으며, 캘리그라피까지 함께 있다고 하니 이 어찌 좋지 않으랴.

<비차의 캘리툰>은 '비차'라는 닉네임을 쓰는 박솔빛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거기엔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작가의 캐릭터, 그 위에 덧붙여진 말풍선, 주변에 쓰여진 캘리그라피, 한 장으로 끝나지 않고 주욱 연결되는 꽤 긴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참 일상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어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도 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후배, 채소 그득한 식탁, 모기를 잡아보자, 자신과 닮은 친구, 귀여운 아빠, 졸업, 길치, 좋아하는 노란색, 잘 꺼지는 쥐삼냥육 핸드폰, 수업시간, 기말고사, 시험,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 어렸을 때 키웠던 꼬꼬 이야기 등등 일상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냈다. 그래서 내게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는 '나 자신의 행복'이다. 그러니 바람 빠지는 웃음만을 선사하는 한없이 가벼운 내용들만 있는 건 아니란 소리다. 고등학교때 겪었던 남자학우의 언어폭력을 문득 떠올리면서 했던 생각을 담담히 써내려가며 '그 상처에 지지 않고 지금, 여기, 꿋꿋한 당신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지(85쪽)'라고 이야기 한다. 손목에 잔뜩 상처를 가졌던 옛 친구에게 '너를 아껴. 내가 아끼는 너를 네가 아꼈으면 좋겠어(113쪽)'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수능을 준비하며 틈틈히 우울했던 기억에 대해선 '지금 네 노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166쪽)'라며 과거의 자신에게 글을 쓰기도 했다. YOLO에 대한 생각이나 촛불을 들었던 이유, 살충제계란이나 생리대 파문 등등 우리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작가가 청춘이니 청춘다운 고민도 들어 있다. 어버이날 선물을 사들고 내려가지 못하면서 전화로 거짓말을 하는 청춘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거짓말이 익숙해진다(15쪽)', 진로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청춘의 고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쏟아내기 두렵다(345쪽)' 같은 것들. 그 사이사이 괜찮아, 잘 하고 있어 같이 자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들도 함께 들어 있다. 비록 무거운 이야기지만 피식 바람빠지는 웃음들 사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 그리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내내 무거운 느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비차의 캘리툰> 속엔 작가 비차의 생각이 가득하다. 그 생각에 동의를 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고민이 누군가의 고민과 비슷하다는 걸 느낄 때 묘한 안심을 하게 되거든. 귀여운 그림들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은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다. 행복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은 즐겁기도 하면서 현실 속 우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가볍기를 기대했지만 가볍지 않아 좋았던. 비차 작가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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