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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8년 5월
평점 :
요즘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이 많이 보인다. 긴 말 필요없이 나는 지난 달에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책을 한 권 읽었다. 대한민국에서 핫한 주제인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그 단어자체가 일상생활에서도 쓰일만큼 친숙해졌다. 온통 이와 관련해서 떠드는 통에 뭐라도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은 조바심도 갖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 인문학 강의를 하던 이가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 책이 있다. 바로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책이다.
사실 저자 최진기는 내게 굉장히 친숙한 사람이다. <김제동의 톡투유>를 통해 처음 알게 됐으며, <어쩌다 어른>이란 강의 프로그램이나 여타 강의 프로그램, 또 예전엔 <썰전>에도 한동안 고정으로 출연했었다. 그는 늘 재치있게 말을 잘 받아쳤고, 말을 잘 하는 만큼 무언가에 대해 설명도 잘 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를 말 몇 마디로 불쑥 이해시킨다던가 하는 것은 예사다. 깊고 넓은 지식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남에게 참 잘 설명하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저자 최진기는 그렇다. 그렇기에 '내가 알기로 그는 인문학 강사인데, 왜 과학분야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걸까?' 궁금증이 앞섰고, 책을 선택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변화는 요란하기보다 은밀하게, 점진적이고 전면적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일상이 되는 것입니다.(28쪽)는 문장은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이미 도태되었다는 뜻이고, 변화됐다라고 느끼는 것은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서 이미 일상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 초반에 간단하게 스치듯 지나간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꽤 강하게 다가온 문장이었다. 이후 책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자신의 방식대로, 차분하게, 많은 것을 설명해 나간다.
책 속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ICT의 결합'을 뜻한다. 1차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비약적인 생산적 발전을 이뤄냈고, 3차 산업혁명으로는 실생활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일상화를 이뤄냈지만, 생산영역(공장)에서 만큼은 3차 산업혁명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되면 공장에도 정보통신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시스템적 변화(예를 들면 무인공장 같은 것)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더 많은 생산량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책 속에선 볼 수 없던 부분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격차를 벌릴 대분기'라는 분석이나, 스마트 팩토리와 리쇼어링에 관한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중요도 같은 이야기는 이 책에서 새롭게 본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은 많은 지표들을 가져다 설명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사회의 변화 이후의 상황이나 지표들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어떤 국가가, 어떤 기업이, 어떤 개인이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같은 현실적이면서도 당장엔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인문학적 시각은 과학적 시각과는 이렇게도 다르구나. 새롭고 신선했다.
물론 말 잘하는 이의 책답게 가독성이 뛰어나고, 글도 유려하다. 책의 중간 중간 '최진기의 잡학사전'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책에 등장한 지식들을 따로 떼어내어 자세히알려주기도 하고, 한Q에 정리하기라는 코너로 지금까지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을 한 페이지에 간략하게 요약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사놓고 모두 다 읽지 않을 이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있어빌리티를 자랑하고 싶은 이들..?- 이 페이지가 유용하게 쓰일 듯 싶다) 중간중간 조금 촌스럽다 생각되는 이미지들과 큰 글씨들이 눈에 약간 거슬리지만, 그것들을 제외하곤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주제를 여러개로 쪼개서 설명한다. 아주 작은 것 친숙한 것으로부터 범위가 넓은 것으로설명이 뻗어나가면서 글을 따라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과연 이것이 맞는 걸까? 다른 것은 아닐까? 그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독자에게 묻는다. 물론 그 물음들은 방대한 자료들과 설명을 통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답을 알려준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 비해 답이 간단할 때도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결론이 산뜻하게 나면 왜인지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다가올, 아니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을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우리는 걱정을 하기만 해야할까? 대답은 No다. 제대로 알고 있기만 해도 대처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으므로. 이 책에도 미래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무조건 걱정하는 것은 그만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