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만지다
김은주 지음, 에밀리 블링코 사진 / 엔트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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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작가를 좋아한다. 그녀의 많지 않은 책은 모두 빼놓지 않고 챙겨볼 정도로. 처음 그녀의 책을 본 건 <1cm>였다. 많은 사람들이 김은주라는 작가를 알게 된 책인데, 사실 나는 이 책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책을 발견한 동기는 말 그대로 '우연히'였다. 학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제목이 특이한 빨갛고 하얀 책을 발견했고,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마음에 들어 집으로 빌려왔다. 단숨에 책을 다 읽어냈고 바로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에는 이제는 절판된 <1cm>의 2008년도 버전이 있다!!) 그런 그녀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그런데 완전한 신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분을 만지다>는 2012년에 나왔던 <달팽이 안에 달>의 글들과 새 글들을 합해 새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옷을 예쁘게 차려입었다. 예전엔 김은주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이번엔 그림이 아닌 사진을 전담으로 맡아준 분이 계셨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유명한 사진 작가라는 에밀리 블링코라고 하는 분인데, 그녀의 따뜻한 사진들 때문인지 전혀 새로운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몇 번 봤던 글이라 해서 내가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봤던 책이라고 하니 친근감이 조금 더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단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에밀리 블링코의 사진들이다. 사진들이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따뜻한지. 사진을 쭉 둘러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사진들이 왜 인기가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직관적이면서도 따스하고,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포근함이 느껴진다. 막 햇빛에서 걷어낸 이불을 덮고 강아지와 함께 뒹굴거릴 때의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이번에 그녀의 사진을 싣기로 결정한 게 바로 김은주 작가라고 하던데, <기분을 만지다>의 분위기 형성에 그녀의 사진들이 한 몫 단단히 했음은 책을 읽어본 이라면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주 탁월한 선택 칭찬해!!)

그럼 이제 위에서도 언급했던, 내가 좋아하는 김은주 작가의 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달팽이 안에 달>은 기존 1cm 시리즈들과는 달리 글이 긴 책이었다. 에세이 성격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늘 짧은 호흡의 글을 쓰던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긴 글의 호흡도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기분을 만지다>는 <달팽이 안에 달>과 비슷한 느낌이다. 당연하다. 거기에 실렸던 글들이 이곳에도 있으니. 그런데 느껴지는 느낌은 그때와 또 다르다. 뭔가 차분하고 위로가 되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그런 글들에 눈이 가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천장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자.
UFO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그 어떤 말을
문득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
그렇지 않다해도 흰 구름과 맑은 하늘은
이미 당신의 기분을 구하고 있다. (46쪽)

아무리 완벽한 허구라도
완벽하지 않은 진짜를 따라잡을 수 없다.
오늘 또한 너로 인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한 하루였다. (102쪽)

이유 없는 우울의 순간이 찾아오면
마지막 보루로
오늘의 밤과
내일의 태양의 처방을 기다릴 것. (115쪽)


접어놓은 페이지가 어찌나 많은지. 물론 모든 글이 통째로 좋을 때도 있고, 의도치 않게 나를 건드린 단어 하나도 있었고, 나의 지금과 딱 알맞은 구절도 있었다. 특히나 프롤로그 속 '완벽하지 않은 하루여도, 여전히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 구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에 상처가 나면
그냥 걷기만 하는데도 아픔이 느껴진다.
그제야 숨 쉬는 모든 순간 넌 나와 함께였구나
깨닫게 된다. (168쪽)

어릴 적 썼던
'오늘도 참 재미있었다'라고 끝나는 그림일기처럼
세상의 하루가 그렇게, 천진난만하게 저물 수만 있다면. (236쪽)


<기분을 만지다>는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가 쓴 글이다. 큰 용기가 없더라도 소심하게 내딛은 한 발자국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그런 자그마한 발자국을 내 보라 응원하고 있다. 그 응원이 참 따뜻해서 용기가 없더라도 한 발자국 내딛고 싶어지는 마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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