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재테크를 부탁해 - 1년 후, 5년 후 점점 더 나아질
이지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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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테크와 관련된 자기계발서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100만원으로 얼마를 만든다던가, 갭투자를 한다던가 뭐 기타 등등, 왠지 모르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 같아서다. 재테크가 살면서 꼭 필요하긴 하지만, 주식도 모르고 부동산도 모르고 그렇다고 여유돈이 유연한 것도 아닌 내게 그런 책들은 읽어봤자 쓸모가 없기도 했고. 그래서 재테크 책들은 과감히 생략해왔던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우리 집 재테크를 부탁해>라는 제목의 책이다.

사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때만 하더라도 큰 기대감은 없었다. 한 달에도 얼마나 많은 재테크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책도 다를 바 없겠지. 그런데 웬 걸. 첫 번째 목차의 제목이 '합리적 소비라는 판타지'였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은 '수입, 현실과 착각'이었고, '우리 집은 얼마를 벌어 얼마나 남기고 있을까', '부채의 악순환' 등등. 뭔가 기존의 재테크 책들과는 다른 냄새가 풍겨왔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생활밀착적 내용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위에서 언급한 '합리적 소비라는 판타지'에는 절약하려고 애쓸수록 절약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소비는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란다. 절약하려고 하면 뇌가 피로해지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자제력을 포기하게 되고, 감정은 늘 이성을 이기니 소비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무의식과 본능의 지배도 받는 소비를 무작정 소비의 억제만 생각하다보니 매번 실패하는 것이라고. 1장에서는 우리가 착각 속에 빠져 흔히 하는 실수들을 모아뒀다. 같은 상품도 비싸면 좋다고 느끼는 심리상태라든가, 미끼상품이나 공짜에 혹하는 심리라든가, 돈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책에는 지누스 소시오비전이라는 독일 시장조사기관이 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내용을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이 꽤 흥미롭다. 내 경우는 이것 저것 섞여 있어 무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따지자면 무사태평형이 가장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책에 쓰인 내용 전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렇게 1장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돈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2장부터는 본격적인 숫자 이야기를 한다. '숫자는 항상 정확하다'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인데, 책을 읽다보면 그것을 백번 이해하게 된다. 백날 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실제적으로 쓴 영수증을 가지고 숫자로 비교하면, 현재 통제가 가능한 비용과 고정비용을 따로 분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정수입과 변동수입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가 재테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정지출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게 되는 보험에 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알고 있는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해야할까. 어떤 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은지, 보험료는 얼마나 내는 게 좋은지, 만기환급형 보험도 손해인건지 등등. 어디가서 쉽게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물론 숫자의 비교를 통해서.

3장부터는 본격 '우리집 회계장부'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뭔가 회계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긴 하는데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처음 책을 쓱 훑어봤을 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책에 숫자가 많이 등장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내용은 상세한 설명이 덧붙는다. 그 설명을 읽으면 앞뒤 파악되지 않는 숫자는 없고, 그렇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회계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이 회계장부와 재무상태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만큼 말이다. (물론 어렵지 않다고 복잡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 책은 잘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디에 얼만큼 지출을 하는 지 정확하게 앎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 소비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작성하는 가계부와 '머니내비'라는 사이트를 통해 너무 과한 소비를 하지 않게 돕는 것. 적절한 소비만 하더라도 많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책에서 많은 루트로 소개되어 있다. 그것을 실천하느냐 마느냐는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선택이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씩 '내 소비 패턴은 어떻지?' 생각하게 되는 게 바로 이 책이다. 흥미로운 부분이 가득인데, 담고 있는 내용도 많아서 퍽 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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