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듯하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공사례를 다루는 얘기였다. 김용덕씨는 은행원으로 20년을 살다가 40의 나이에 불연듯 은행을 그만두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단다. 여러번의 우여곡절 중에 커피를 만났고, 커피는 본인 인생에 최대의 행운이라고 말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커피 사장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강릉 어디에 있다는 그 커피집에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한 것.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 왠 카페가 나온다면, 그는 그 카페를 차리고 몇 년 동안 하루에 한 명의 손님을 만나기 어려웠단다. 근데 왜 그 시골에 카페인가? 될 줄 알았단 말인가? 그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곳에 차렸다는데 첫째 이유는 돈이 그곳에 차릴 정도 밖에 없었고, 둘째는 완벽하면 찾아오리라는 믿음이였단다. 완벽은 장소가 제일 중요하다는 카페경영에도 먹히긴 먹혔다. 그는 몇 년 후 전국 각지에서 커피애호가들을 강릉으로 불러들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완벽인듯 했고, 음식장사의 원칙은 좋은 재료를 퍼주는 것이라는 말은 의미있다.  

그러나 그보다 빚이 20억을 육박할 때도 카드론으로 직원들 해외연수를 시켰다는 것은 놀랍다. 기자는 물었다. "그렇게 교육시켰는데 다른 데 가면?" 그의 답은 명쾌하다. "그가 가면 어딜 가겠는가? 우리 나라에서 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우리 나라 커피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수업의 정보를 심지어 학원 선생님들에게도 주려고 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내 수업 노하우들고 다른데로 튈까봐 그랬나? 아무튼 난 속좁은 인간이다. 

 세상에는 배움을 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김용덕씨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최고를 본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속칭 은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최고가 완벽함에 있다는 사실에 피곤을 핑계삼에 완벽하지 못할 때가 있는 나를 채찍질한다. 늦은 밤에 원두를 주문했다. 김용덕씨의 완벽을 배우고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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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행복해지기 위해 이 감옥에서 풀려나는 그날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를 가두는 것은 감옥의 쇠창살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로 달아나려는 습관이다.  

탁닛한 스님이 미국의 메릴랜드 교도소에서 강연한 내용 중 일부이다. 

늘 기다렸다. 내일을, 가을을, 20대를, 엄마가 되는 것을 등등 

막상 됐을 때 예상보다 평범하여 오히려 놀라운 순간들을 보냈다.  

사실 행복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만 느낄 수 있는 것이므로  행복을 위해 무엇을 기다릴 필요는 정말 없다. 예수님께서 앞을 보지 못하는 한 사람을 고치실 때 사용하신 것은 진흙과 침뿐이었다. 후에 실로암으로 가서 눈에 묻은 진흙을 씻으라 하셨으니 눈을 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래 가서 눈을 씻어보지' 하는 믿음? 순종? 단순함? 이런 것이 필요했다. 행복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걸로 한 번 행복해 봐야지'라는 믿음? 단순함?만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과거나 미래로 달아나려는 몹쓸 습관을 이쯤해서 훌훌 벗어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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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나이는 7살이다. 오늘 처음으로 운동화를 샀다. 결론적으로 아들은 운동화를 사 온 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내 새 운동화를 신고 있다. 문제는 이 운동화가 내 아들 최초의 새 운동화라는 점이고, 그 아이의 나이가 다름 아닌 7살이라는 점이다.   

 7살이 되도록 새 운동화를 한 번도 사 주지 못 할만큼 형편이 나쁜 건 아니나 누나들이 신던 운동화를 별 말 없이 잘 신기도 했고,  때마침 운동화를 물려주던 동네 형도 있어서 그렇게 됐다. 아들은 운동화를 사 오는 내내 날라서 왔다. 늘 웃는 얼굴이지만 유난히 밝은 미소로 뛰며 날며 집에 와서 누나에게 새로 산 신을 마음껏 자랑했다.  

 "이제 그만 벗어둬."라는 말에  

 "내가 너무 좋아서 그래요."란다.  

 더이상 벗으라는 말은 못 한다. 어찌 더 할 수 있겠는가. 저 아이는 지금 '난생처음'을 경험하는 중인데 -  

 난 본래 궁핍하게 자랐다. 내 집에는 생존을 위한 최소의 것만 있었다. 방도 하나뿐이었고, 책은 교과서뿐이었다. 옷도 계절별로 한 벌 뿐이어서 교복 자율화 시대에도 나는 나만의 지정 교복을 입어야 했다. 비가 오는 날이 싫었다. 우리 집엔 성한 우산이 없었다.  비가 올 걸 뻔히 아는 날마저도 우산을 집에 두고 갔다. 차라리 못 가져 왔다고 하는 것이 찢어지고, 살이 부서진 우산을 드는 것보다 낫다고 여겨졌으므로 그랬다. 난 나의 궁핍이 싫었는데 정말 싫었던 건 궁핍을 이겨내지 못하는 내 초라한 자아였다. 그때 누군가가 핑계가 아닌 진실로 가난을 이길 힘을 내게 가르쳐주었다면 나는 한 벌뿐인 내 옷을, 살이 부러진 내 우산을, 김치뿐이던 내 도시락 반찬을 그렇게 부끄럽게 만들진 않았을 것인데- 난 내 궁핍이 부끄러웠고, 궁핍을 부끄러워하는 내가 미치도록 싫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아이들을 결핍으로 인해 부끄러워하지 않게 키우고 싶었다. 살이 부서졌어도 비를 피하게 할 수만 있다면 우산으로써 충분히 가치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고 요구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다. 멋드러진 무엇을 통해 폼내고 싶은 욕구를 접고 궁핍과 결핍의 가치를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모리 교수의 말처럼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는 삶을 가르칠 수 있다면 더 좋은 것 먹이고, 더 좋은 교육시키고, 더 좋은 옷 입히고 싶은 마음을 날마다 힘써 거부해 보리라.  

 변변한 장난감이 없어서 달력 종이로 온갖 것을 만들며 자란 아이들이 부디 가난 속에서도 충분히 당당한 삶을 살며, 가난을 무능으로 보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빈다. 아이들은 그리스신화 퀴즈 놀이를 하고 있다. 아들이 문제를 내고, 딸이 대답한다. 대단한 실력들이다. 아들은 지금도 운동화를 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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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게 아닐까?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살 지 못 하는 자신에 대해 퍽 아쉬워하면서 열정적인 삶을 사는 그네들을  부러워하는 것. 내 삶이라는 것이 이뿐이다.  

벌써 40이 넘었는데- 난 여전히 열정적이지 못 하다. 글을 쓰면 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글쓰기에 열정을 가진 일이 없었고,  수업 역시 능숙하긴 하지만 열정이 부족할 때가 많았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이렇게 40을 넘기고 말았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그런데 더 문제는 내 안에 아직도 부글부글 끓는 열정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것. 이게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이었나? <인생은 아름다워>인가 아니면 다 아닌가 아무튼 현실의 삶에서 상당히 패배한 중년의 남자들이 대학 때 하던 밴드를 다시 시작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울고 싶었다. 그들처럼 삶의 무게와 상관없이 빠져들 대상이 내겐 없는 것 같아서 울고 싶었다. 물론 난 울지 않았다. 어색해서 -

  그냥 뭐 괜찮아서 살 뿐인데 - 이게 여전히 내 안에서 완전히 내가 되지 못 하고 아직고 잠시 잠깐 열정적인 삶을 흠모하는 것은 고질병일 수 있겠다.  

 따져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 그건 무엇인가?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미치게 할 것이 있긴 있을까?  

 하나님께서는  왜 내게서 열정을 사모하는 영을 거두지 않으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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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일 선물이었다. 신앙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센스없이 생일 선물로 이 책을? 예의 없는 선물이지만 책이니 읽어야지. 어라 이 친구가 죽었네. 그것도 33살에-  의사였구나. 의사는 정말 좋지 조금만 겸손하면 짱으로 감동적이니까 뭐 이런 궁시렁을 떨면서 책을 읽었다.  

 이내 이 책은 나의 존재를 반성케 하였다. 크리스찬이라는 내 삶이 부끄럽고 부끄러워 읽다가 말고 읽다가 말고를 반복했다. 안수현씨가 많이 했다는 책 선물을 해야겠다 싶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떠 올리면서 책을 선물했다. 고마운 알라딘이 무료로 척척 배송해 주어 고마웠다.  

 환자들을 예수님으로 영접했다는 그의 마음이 내게 울림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을 내게 오신 예수님으로 영접해야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당연한 것이었는데 - 자주 그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이 순간, 이 아이들을 나와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할 때 소홀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크리스챤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유통망이라는 말이 참 옳은 말이다. 하나님께서 직접하실 수 있지만 우리를 거쳐 가게 하심을 생각할 때 사랑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희생이 아니고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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