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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늘의 다정이 있어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6월
평점 :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밥 먹이고, 등원시키고, 병원스케줄 해결하고, 설거지도 필요없는 간단한 한끼를 한 후,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고, 짬을내서 리뷰도 쓰고, 점심먹은 아이둘 데리고 충치치료 갔다가, 신나게 킥보드 태워주고, 씻기고, 입히고, 빨래하고, 저녁 해먹이고, 같이 책보고, 놀잇감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잠자리 챙기고, 유치원 활동 복습하고, 하루사진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고 드디어 잠자리에 들 시간.
에너지가 방전되었는지 아이들이 잠들기전부터 꿀잠에 빠지는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15분 자면 눈이 번쩍 떠진다. 이때부터 ‘내 시간’이기 때문이다. 까치발들고 거실로 나와 남편과 주전부리 먹으며 여행 유튜브 보며 깔깔대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낸 후, 남편까지 자러가면 ‘진정한 내 시간’이 온다. 12시든 1시든 상관없이 커피 한잔에, 읽고 싶은 책 옆에 두고, 메모할 거리도 챙겨서 읽고 생각하고 끼적이면 하루가 기분 좋게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바로 지금이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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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세상, 정신 차려보면 휩쓸려가고 있고, 허우적거리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걸 하며 보내는 ‘내 시간’이 오면 일단 멈춰야 해요. 잠깐 멈춰 서서 무작정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사치처럼 느껴지더라도 일단 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금세 알게 될 거예요. 진짜 중요한 건 내가 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때때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거라는 걸요.
36p. 일주일 마무리

오늘도 아침에 눈뜨면서 ‘오늘은 절때로 흥분하지 말해야지,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야지,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해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했다가, 아침 주먹밥을 엎드려 먹는 꼴(?)을 보고는 ‘봉봉아 앉아서 먹어야 하지 않을까?’ ‘나무책상으로 가서 허리펴고 먹어.’ 라고 다정하게 얘기하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엄마말 듣고있니?’ ‘그것봐 꾸꾸도 따라하잖아’ ‘둘다 앉아서 먹어’’ ‘유치원 늦을거야?’ ‘ 너희둘만 감자캐러 못가면 좋겠어?’ ‘좋게 말할 때 말 좀 들어’ ‘그것봐! 바닥에 놓고 먹으니까 다 흘리잖아, 왜 한번 얘기하면 안들어!’ 하고 복식호흡으로 혼내며 끝난 아침. 혼자 크레센도로 화내다가 아이들 보내놓고는 아 오늘도 좋은엄마 되긴 글렀네. 왜 잠깐을 못참았을까 하며 아침일을 후회한다. 이렇게 감정에 휘둘린 날은 괜히 못난 엄마가 된 기분이고, 아이들 앞에 벌거벗고 있는 기분이라 하루가 후회로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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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면 어떤 마음의 짐도, 부담도, 고통도 영원하지 않아요. 나에게 잠시 머물다가 결국에는 지나가죠. 물론 기쁨도 즐거움도, 설렘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오래 남는 건 행복한 기억이에요. 오늘은 오래오래 곱씹을 수 있는 좋은 날인가요? 꼭 그렇게 만들기로 해요, 우리.
223p. 마음을 다스리는 일

매일을 새로운 다짐과 또다른 결심으로 잘 살아내보자고 마음 먹어 보지만, 하루를 지내다 보면 금세 지치기도하고, 남의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속이 쓰릴 정도로 아픈일도 생기기도 한다. 따끔한 질책과 해결방안 보다는 마음을 알아주고 건네주는 둥근 말들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따뜻함과 긍적의 에너지로 다시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또 먹을 수 있을 듯. 사람은 누구나 후회하고, 불안하고, 죄책감도 느끼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며 살겠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걸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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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날을 충분히 누릴까 고민해요. 그리고 적어도 낭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미련을 가지느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느라 오늘을 낭비하지 않겠다고요. 별수 있나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나에게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게 대하는 수밖에는 없지요.
57p. 플레이리스트
귀엽고 사랑스러운 토끼 그림에 짧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고, 친구처럼 가볍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책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깊어지는 에세이이다.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을 때, 다시 힘낼 기운을 얻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