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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엘벡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마치 일기나 수기를 관찰하면서 쓴 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화자의 주변 사물에 대한 성찰이나 생각이 돋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르트르의 '구토'가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30살 된 정보기술자인 화자는 애인과 헤어진지 2년이 지났으며 앞으로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우울증 초기 증상을 겪으며 정신과 치료중이다. 아 마 곧 해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자는 규칙의 영역에서 투쟁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위해 통과 의례를 치르고 있는 셈.
'2월 31일 밤은 힘들었다. 마치 유리벽이 부서지듯이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부서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분노에 사로잡혀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걸어다닌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게는 이 모든 시도돌이 이미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패, 사방에 실패만이 널려 있다. 오직 하나 자살만이 닿을 수 없는 채로 저 건너편에서 반짝 거리며 내 마음을 끈다.
자정 무렵에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 길과 같은 것을 느낀다. 내면에서 무언가가 고통스럽게 꿈틀거린다.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삶을 힘겨워하면서도 화자는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떤 문장들은 너무 일찍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는 공포를 경험한다. 사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적나라하게, 아무런 배경없이 통째로 바라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의 법칙에 예외하른 것을 나는 인정한다,
왜냐하면 이런 본질적인 부적응적 단절 상태는 유전적 적응 능력과는 별도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것이 전제로 하는 과도한 명석성, 즉 평범한 존재의 지각 공식을 분명히 넘어선 명석성에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이런 긴장되고 영원한 갈망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그들만큼 순수하고 투명한 다른 존재를 그들 앞에 데려다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개의 거울이 매일매일 똑같은 절망적인 모습만 비춰 준다면, 평행으로 놓인 두 개의 거울은 밀도 높고 순수한 그믈망 같은 상을 만들언낸다. 그것은 사람의 시선을 세상의 모든 고통 너머에 있는 무한궤도, 그 우주 공간의 순수성 속으로
끌고 간다. '
화자는 현대인의 정신상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통' 이라고 생각한다. 문명사회에서 절대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은 점점 발전해서 우리 의식의 영역을 점차 채워가고 있으며 어떤 것도 살아 남을 여지를 남겨 주지 않기 때문에. 욕망도 사라지고, 고통, 질투, 공포만 남아 있다' 고 그는 생각한다.
물론, 이부분에서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우울증 초기에다 이제 막 세상과 투쟁하려는 화자의 입장을 이해하면 충분히 설명이 되는 듯 하다. 그 만큼 화자가 고통스럽다는 뜻이 되므로.
이 책의 마지막, 정신병에서 나와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마자스 국유림으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난 화자는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다,
샘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더욱 온화하고 친밀감과 즐거움을 주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살갗이 아프다. 나는 심연의 한 복판에 있다. 나의 피부가 나와 세상의 경계선이다,. 외부 세계는 나를 짓누르는 압력이다. 이렇게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절대적이다. 이후, 나는 나 자신 속에 갇힌다. 자기 희생적인 융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없어졌다. 오후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