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다니엘 데이 루이스 출연 / 월트디즈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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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2008년 3월 6일에 개봉한 영화로, '리노의 도박사'(1996)를 통해 장편영화 세계에 진입한 후 '부기나이트'(1999), '매그놀리아'(2000), '펀치 드렁크 러브'(2003), '마스터'(2013) 등을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제33회 LA 비평가협회상'(2007)에서 작품상(폴 토마스 앤더슨)과 감독상(폴 토마스 앤더슨)·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을 수상했다. 이어서 '제65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08) 남우주연상-드라마(다니엘 데이 루이스), '제80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2008)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촬영상(로버트 엘스윗)을 받았다.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08)에서는 은곰상: 감독상(폴 토마스 앤더슨), 은곰상: 예술공헌상(조니 그린우드)의 영광을 누렸다. 영화 평론 사이트인 IMDb에서 8.2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메타크리틱 93점을 기록했다. '가디언'이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영화 100편'에서 1위(2010)를, 'BBC'의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에서 3위(2016)를 차지했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영화 '옥자'(2017) 등에 출연한 폴 다노 등이 등장한다.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았다. 영화 속 그의 음악은 관객의 신경을 긁으며, 극의 복선(?)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인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성경 구절의 "there will be blood"(출애굽기)에서 왔다. 1898년, 금을 캐던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1902년의 그는 석유를 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레인뷰를 찾아온 '폴 선데이'(폴 다노). 그는 플레인뷰에게 석유가 있는 땅을 알려준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플레인뷰는 자신의 양아들(석유를 캐던 중 사망한 인부의 아들을 플레인뷰가 입양)을 앞세우면서 가족애를 강조하고, 인부들과의 유대감까지 만들어낸다. 드디어 석유가 나오고, 이때부터 근처에서 교회(제3계시교)를 운영하는 '엘라이 선데이'(폴 다노, 1인 2역)와 플레인뷰의 협력·반목이 이어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국이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시작한다. 또 19세기 말, 사람들 사이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석유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이에 '골드 러시' 못지않은, 부를 향한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석유가 나왔던 지역은 인부와 사업가, 심지어 범죄자 등으로 북적거리게 된다. 미국 서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석유 재벌이 탄생했는데, 이로써 이들의 자본을 원하던 기독교와의 결탁·대립이 시작된다.

이 같은 시대 속에서 다니엘 플레인뷰는 석유로 큰돈을 벌려는 업자이자 욕망(성공)에 충실한 인물이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근면성실함을 중시하는 청교도적 삶을 살아간다. 엘라이 선데이는 마을에서 교회를 운영하는 종교인으로, 신도인 마을 주민들을 속여 먹는다. 하지만 엘라이의 교회는 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고, 이에 엘라이는 플레인뷰와 손을 잡는다. 영화 속 두 인물의 협력은 의미심장하다. 바로 이들이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즉, 플레인뷰와 엘라이의 결탁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뭉친 자본과 종교를 의미한다. 이 연합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자 핵심을 이루었으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결국, 앤더슨 감독은 자본을 상징하는 플레인뷰와 종교를 대표하는 엘라이의 합작·대립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야기한다.

한편 두 인물이 협력하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대표적으로 석유를 캐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는, 플레인뷰의 인부들을 들 수 있다. 해당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미국 자본주의가 자본과 종교의 협력 및 대립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피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미래형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피 흘릴 사람들이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점에 초점을 맞추면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돌아보고,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을 넘어, 모든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2003)이 떠올랐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영한 도시인 뉴욕의 근간을 파헤쳤다. 이로써 뉴욕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숙고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앤더슨 감독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보여주고, 성찰의 기회를 전달했다. 이를 참고했을 때, 두 작품의 주제는 달라도 문제의식과 메시지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매우 괜찮았다.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인데,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에 강한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 그 중에서도 특정 시대상을 그리면서 해당 시대와 지금에 관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챙겨 보고 싶어졌다. 감독의 연출에 더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욕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의 광기를 잘 묘사했다. 특히 엔딩 장면의 모습은 '갱스 오브 뉴욕'에서 연기했던 '빌 더 버처'의 광기와 잔인함을 그대로 갖고 온 듯했다. 아니, 보다 업그레이드시켰다. '데어 윌 비 블러드'를 통해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루이스를 상대하면서 1인 2역을 맡았던 폴 다노의 연기도 환상적이었다. 대선배 앞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할 연기를 멋지게 소화했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교회에서 악령을 내쫓는다며 벌이는 쇼, 세례를 받으러 온 플레인뷰를 때리며 몰아붙이던 장면은 작품 속 그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지점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향후 개봉할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에서 빌런인 '리들러' 역할을 맡는다.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늘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루함을 느꼈고, 극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 속 메시지, 극의 시대적 배경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연출이 매우 좋았다. 이 덕에 앞으로 이어질 앤더슨 감독의 활약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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