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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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연극'. 연극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보여주는 무대 예술"(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에 따르면 연극의 핵심은 줄거리와 등장인물, 이들의 행위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연극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이를 연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텐데, 실제로 통념과 다른 연극이 존재한다. 1966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페터 한트케가 출간한 희곡이자 같은 해 여름에 초연한 '관객모독'이다.

 '관객모독'에서는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다르다. 다른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극에는 이야기가 있다. 연극의 내용에 맞춰 배우들은 대사를 읊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곤 한다. 하지만 '관객모독'에는 줄거리가 없다. 대신 배우들의 말만 가득하다. 시종일관 배우들은 관객에게 말을 하는데, 이 말은 모순적(?)이며 무의미하다. 이 같은 형식 때문에 한트케는 '관객모독'을 "언어극"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연극의 배우들은 관객을 존중하지만, '관객모독'에서는 그렇지 않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는 애교에 불과하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욕설은 "교활하고 왜소한 게르만 종자들아, 사회의 찌꺼기들아, 강제 수용소의 범죄자들아, 부랑자들아, 짐승 같은 인간들아, 나치의 돼지들아, 정신병 환자들아, 추잡한 인간들아, 패배주의자들아, 파시스트들아, 쓸모 없는 작자들아" 등으로 거칠고 자극적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한트케의 '관객모독'은 우리가 접해온 연극과 완전히 다르다. 줄거리의 부재, 무의미하고 모순된 말장난, 신랄하고 패륜적인 욕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은 당혹감과 혼란을 느끼게 하면서 성찰을 유도한다. 더 나아가서는 '과연 이것이 연극일까'라는 의문을 유도한다. 이 의문은 기존의 연극만을 연극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문화'와 '예술'이라 부르고 생각하는 것이 절대적인 기준일 수 있는지를 숙고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부분을 고려했을 때, '관객모독'은 지금까지의 연극과 달랐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에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탄생시킨 한트케의 시도와 실험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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